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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경기 남았는데 이제와서 감독경질, NC의 속내는

역대 감독 불명예스럽게 팀 떠나는 사례 반복... 최소한의 예우가 부족하다

24.09.21 13:24최종업데이트24.09.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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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이 돌연 경질됐다.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이 돌연 경질됐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시즌 막바지에 돌연 감독 경질이라는 깜짝 소식을 전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NC는 지난 9월 20일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을 위해 5강 탈락이 확정됨과 함께 강인권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잔여 시즌은 공필성 감독 대행이 맡는다"라고 발표했다.

NC는 21일 현재 60승 2무 74패(.448)로 리그 9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창원 한화 이글스전 패배로 가을야구 5강 탈락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자마자 구단은 불과 하루만에 전격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강인권 감독은 NC에서 배터리코치와 수석코치 등을 역임했고 2022년 5월 경질된 이동욱 전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대행을 맡으며 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대행 시절 강감독은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을 잘 정비해 58승 3무 50패(승률 .537)로 반등하며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칠만큼 선전했다. NC는 2022시즌을 마친 뒤 그해 10월 3년 10억원에 강인권 감독과 계약을 맺으며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2023시즌에는 75승 2무 67패를 기록하며 팀을 4위로 올려놓고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6연승을 내달리며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여 일약 돌풍을 일으켰다.

2024시즌에도 초반 깜짝 선두권에 오르는 등 5월 중순까지 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치며 선전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박건우, 손아섭, 카일 하트, 김영규 등 투타를 가리지않고 핵심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속출한게 치명타였다. 김주원, 김형준 등 팀의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20대 유망주들의 정체된 성장세도 아쉬웠다.

NC는 전반기 8연패(5월 23~31일)에 이어 후반기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패(8월 6일~20일)를 당하며 순위가 추락했다. 9월에도 KT 위즈와 3연전을 포함해 5연패(9월 8~14일)를 당하며 가을야구가 멀어진 게 치명타였다. 한때 선두경쟁을 하던 팀이 어느새 최하위권까지 떨어지는 역대급 역주행을 기록하고 말았다. 결국 강인권 감독은 대행 기간을 포함해 401경기에서 197승 197패 7무 승률 .500의 성적을 남기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물론 팀성적의 부진이 모두 강인권 감독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어떤 명장이라도 주전급에서 부상선수가 이렇게 한꺼번에 나오는 상황에서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시즌 강인권 감독의 팀운영에 대한 NC 팬들의 여론은 그리 좋지않았다. 이른바 써본 선수만 계속 기용하는 보수적인 엔트리 운용과 고질적인 불펜 혹사 문제는, 팀성적과 유망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중 어느 하나도 잡지못하는 원인이 됐다.

실제로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대란이 몰아치기 이전부터 이미 NC는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세였다. NC는 올시즌 라인업 변동이 총 113회로 10개구단중 8위에 그칠만큼 고정 라인업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역전패는 37회로 리그 최다였다.

다만 경질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분위기 개선 효과를 노렸다면 차라리 5강싸움의 희망이 아직 남아있을 때 좀더 빨리 감독교체라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성적부진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어차피 시즌을 마무리하고나서 자연스럽게 결별하는 모양새를 가져갈수도 있었다. 시즌이 겨우 8경기밖에 남지않은 상황에서 이제와 감독을 경질한다는게 과연 무슨 명분이나 실리가 있는지 의아해보이기도 한다.

또한 NC는 이번 경질로 구단 역사에 또 하나 달갑지않은 기록을 추가했다. 초대 김경문 전 감독(2018년 6월)부터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동욱 전 감독(2021년 5월)에 이어 강인권 감독까지 모두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시즌을 완주하지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나는 사례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김경문과 이동욱 감독은 첫번째 계약기간을 다 채우고나서 연장계약 기간중에 낙마한 사례지만, 강 감독은 2년만에 퇴진하며 구단 역사상 최단명 사령탑이자 유일하게 첫 계약기간도 채우지못한 사령탑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감독의 무덤'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질 과정에서 하나같이 구단에 기여한 전임 감독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부족해보이는 듯한 모습은 아쉽다.

NC 구단은 이번 감독 교체 이유에 대하여 "사령탑을 교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습관화되는 조직 문화를 지양하고자 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이나 리더십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현장을 꾸준히 믿고 지원했으나,5강 탈락이 확정됨에 따라 분위기 쇄신을 통해 2025시즌 준비에 중점을 둘 시기라고 판단해 강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NC의 평가는 결국 올시즌 강인권 감독의 선수운용이나 육성 방식에 만족하지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NC가 원한 것은 단순한 성적만이 아니라 꾸준히 안정적인 전력을 이어갈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강인권 감독의 리더십은 그점에서 부족했다는 메시지다. NC로서는 어차피 강인권 감독과 결별하고 2025시즌을 대비하기로 확정한 상황에서 잔여경기를 강인권 체제로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NC는 "사령탑의 변화를 시작으로 조직 전체를 점검해, 팬들에게 다시 설렘과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야구를 준비할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서 NC는 아직 감독교체나 코칭스태프 개편 움직임이 없는 다른 구단들에 비하여, 한발 빠르게 차기 시즌을 대비한 대대적인 개편의 시동을 걸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독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NC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과연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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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권감독 NC다이노스 프로야구순위 감독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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