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매치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토트넘의 캡틴'손흥민이 이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강행군속에서 재계약 문제, 인종차별 파문 등 손흥민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토트넘은 오는 9월 1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아스널과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맞대결은 북런던 더비로 불리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연고지 라이벌 매치로 꼽힌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와 각종 대회 성적에서 아스널보다 열세다. 지난 시즌 두 번의 북런던 더비 맞대결에서도 1무 1패에 그쳤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널은 2승 1무 무패로 4위를 기록한 , 토트넘은 1승1무1패로 10위를 기록중이다. 토트넘은 직전 경기였던 3라운드 뉴캐슬전에서 1-2로 첫 패배를 당하며 아스널전에서 분위기 반전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번 경기는 토트넘이 모처럼 아스널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아스널은 주장 마틴 외데고르를 비롯하여 데클란 라이스, 미켈 메리노 등 다수의 핵심 선수들이 부상과 퇴장 징계 등으로 북런던더비에 결장하게 돼 전력손실이 크다. 토트넘도 도미닉 솔란케과 히샬리송의 공백이 예상되지만 아스널에 비하면 온전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은 북런던더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스널을 상대로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하여 통산 20경기에서 8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첫 번째 경기에서 손흥민은 홀로 멀티골을 작렬하며 2-2 무승부를 이끌어 토트넘에 승점 1을 선사했다. 4월 열린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비록 팀은 2-3으로 패배했지만 손흥민은 페널티킥(PK)로 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다만 손흥민이 출전했던 북런던더비의 팀통산 전적은 6승 6무 8패로 다소 열세다.
손흥민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2골을 기록 중이다. A매치 기간에는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오만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에선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홍명보호에 귀중한 첫 선승을 선물했다.
변수는 혹사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많은 출전시간과 강행군이다. 32세의 손흥민은 A매치 기간 장거리 비행에 풀타임으로 빡빡한 일정을 견뎌야 했다. 오만전에서는 추가시간이 무려 16분이나 주어지며 연장전 없이도 한 경기에 100분 이상을 소화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북런던더비를 소화해야 하는 손흥민이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서 체력적 부담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묵묵히 축구에 집중하는 손흥민의 헌신과는 달리, 그를 둘러싼 팀내 주변상황이 어수선하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영국 <BBC>는 지난 12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벤탄쿠르의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성 발언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규정에 따라 징계가 인정될 경우, 벤탄쿠르는 6경기에서 최대 10경기 이상 출전정지 징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흥민의 팀동료인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자국인 우루과이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손흥민을 언급하다가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뉘앙스의 농담을 하며 명백한 인종차별성 발언을 내뱉었다. 방송 이후 파문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SNS로 손흥민에 사과했지만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손흥민은 사건 직후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다.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라며 사과를 받아들이고 벤탄쿠르를 감싼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토트넘 구단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에 대한 대응에 나서는데 소극적이다. 이는 과거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이, 상대팀 선수나 팬들 등 '외부'로부터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는 강하게 대응에 나서서 관련자들의 중징계를 이끌어냈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심지어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지난 14일 북런던비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 사건이 언급되자 "그는 좋은 사람이며 훌륭한 선수다. 벤탄쿠르에게 관용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를 감싸는 듯한 모습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토트넘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는 손흥민과의 재계약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제 2025년 여름이면 손흥민의 계약만료가 임박했지만 토트넘과 손흥민의 재계약 논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손흥민이 비록 32세의 베테랑이 되었지만, 여전한 기량과 팀에 보여준 충성심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다 보니, 일각에서는 사우디 이적설에서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까지 손흥민의 이적을 둘러싼 소문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10년 가까이 뛰어난 기량과 헌신적인 자세로 모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토트넘이 정작 재계약 문제, 인종차별 대처 등에서 레전드의 헌신에 걸맞은 예우와 존중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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