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 파트너' 한 장면
SBS
그렇다면,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이혼 가정의 아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혼을 경험한 아이들이 크나큰 '상실'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고 잘 애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물론, 이혼이 아이들에게 물리적으로 부모를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면접 교섭 조건에 따라 양측 부모를 모두 만날 수 있고, 재희의 경우 '언제든 원할 땐 아빠를 만날 수 있다'고 합의했다.
재희는 이를 알면서도 아빠를 만나러 가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아빠를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아는 사라 이모(한재이)와 외도를 하고 거짓말한 아빠 지상을 인정하는 순간, 재희는 이전의 아빠는 영영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유쾌하며, 음식을 만들어 주고 함께 놀아주던 아빠는 이제 재희 곁에서 사라졌다. 10회 재희는 이렇게 말한다.
"초음파 사진 보고 난 앞으로 아빠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이는 상실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아이들은 한쪽 부모를 심리적으로 떠나보내는 상실을 겪는다. 이로 인해 아이는 여러 가지 심리적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짜증이나 화가 늘기도 하고, 우울해하기도 하며,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어른이라면 이런 아이의 마음을 수용해 주고, 상실감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도우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 갈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부부의 결혼 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은 다양한 형태를 지닐 수 있으며, 가족의 형태에는 '정상'과 '비정상'이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재희가 "아빠는 왜 없나요?"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상실만 겪어내면 되겠지만, 이런 말들 때문에 재희는 사회적 편견과 동정 어린 시선까지 감내해 내야 했다. 나아가 주변의 시선으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이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지, 너의 '잘못'이 아님을 분명히 이야기해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날의 합의서는 찝찝함이나 미련으로 가득 찬 불완전한 방점이 아닌 더 나은 부모로서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은경의 변호사 유리는 "재희 잘 키우자"라는 말로 은경의 이혼이 마무리되는 걸 보면서 이렇게 내레이션한다(10회). 정말 그럴 수 있다. 이혼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이들은 자기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부부로서뿐만 아니라 부모로서의 모습도 점검하면서 드라마 속 은경처럼 부모의 역할을 고민하고, 보다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한 힘들었던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되찾게 되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간다. 그리고 각각의 부모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단단하게 성장해 간다.
<굿 파트너> 후반부에는 은경의 자아 찾기 여정이 그려질 것 같다. 은경이 자기 자신을 찾으면서 재희와의 관계 역시 좋아지길, 그래서 이혼을 경험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길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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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