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예노르트 로테르담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장식한 황인범 선수 이미지
페예노르트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Feyenoord Rotterdam) 이적을 확정지었다.
페예노르트 구단은 3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황인범의 합류 소식을 전했다. 황인범의 계약기간은 4년으로 2028년 6월까지다.
황인범은 구단 채널을 통해 "페예노르트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 페예노르트는 내가 지금까지 몸담았던 클럽 중 가장 빅클럽이고,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클럽이다.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이 클럽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리그는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많다. 1980년대 PSV에서 활약했던 허정무, 1990년대 NAC 브레다의 노정윤에 이어 2000년대에는 한일월드컵 4강과 거스 히딩크 열풍을 등에 업고,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이천수 등 여러 국가대표 선수들이 네덜란드로 진출했다. 이중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 PSV를 거쳐 유럽 빅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맨유, 토트넘)까지 진출하며 한국 선수들의 유럽진출에 최대 성공사례를 개척했다.
2013년 석현준을 끝으로는 한동안 네덜란드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으나 황인범의 등장으로 11년 만에 다시 한국인 네덜란드 리거가 탄생하게 됐다. 페예노르트가 한국인 선수를 영입한 것은 송종국, 김남일(임대), 이천수에 이어 황인범이 4번째다.
꾸준함이 만든 노력의 결실
황인범의 페예노르트행은 꾸준함이 만든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15년 18살의 나이로 K리그 대전 시티즌(대전하나시티즌의 전신)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고,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후, 아산 무궁화(해체)에서 조기 전역해 해외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해외 도전 역시 또래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유럽이 아닌 미국 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입단하며 해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FC 루빈 카잔(러시아), FC 서울, 올림피아코스 FC(그리스), 즈베즈다(세르비아) 등 여러 유럽 중소리그들을 차근차근 거친 끝에 마침내 5대 빅리그의 바로 직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까지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리그 수준차와 별개로, 언어·문화·환경·축구스타일이 각기 다른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외국인 선수로서 빠르게 적응하고 활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 있는 많은 아시아 선수들도 유럽에 진출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다. 그러나 황인범은 어느 팀에 가든 단기간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며 팀의 주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올림피아코스와 이적 파동 끝에 지난해 여름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뒤늦게 합류한 즈베즈다에서도, 황인범은 세간의 우려를 무색케하며 1년만에 세르비아 1부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황인범은 각종 대회에서 35경기 6골 7도움(리그 5골 5도움)을 기록했으며, 즈베즈다의 리그 6연패 달성과 세르비아 컵대회 3연패 '더블' 달성에 앞장섰다. 뛰어난 성적을 인정받아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팀'에 모두 한국인 선수로서 최초 선정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지난 시즌 생애 최초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했다. 홈에서 펼쳐진 조별리그에서 현재 유럽 최강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와의 맞대결 때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빅리그 수준에서도 황인범의 기량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황인범은 수많은 팀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중에는 잉글랜드나, 독일, 스페인 등 유럽 5대 리그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황인범의 나이나 기량을 고려할 때 이번에야말로 빅리그에 진출할 적기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결과적으로 다소 예상을 벗어난 네덜란드 페예노르트행을 최종 선택했다.
황인범 축구 커리어 사상 가장 큰 빅리그
페예노르트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1부리그 에레디비지에(Eredivisie)에 소속된 구단으로 자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문팀이다. 1908년 네덜란드 최대의 항구 도시 로테르담을 연고로 창단됐다. 네덜란드 1부리그의 원년멤버로 2024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으며 아약스, PSV 아인트호벤과 네덜란드 축구 '빅3'클럽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에레디비지에 우승 횟수는 16회로 아약스(36회), PSV(25회)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1969-70시즌에는 네덜란드 클럽 최초로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정상에 올랐고, 유로파리그(1974, 2002)에도 두 번 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루드 굴리트, 로날드 쿠만, 로빈 판 페르시같은 세계적인 스타들도 다수 배출했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축구 강호다. 에레디비지에의 UEFA(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은 5대 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 이어 6위다. 페예노르트의 UEFA 클럽랭킹은 2024-25시즌 현재 27위다.
이는 유럽 5대 빅리그에 속한 팀들을 제외하면 5번째(FC 포르투, 벤피카, 브뤼헤, 아약스)로 높은 순위이며, 한국인 선수가 속한 유럽 팀 중에서는 이강인의 PSG(프랑스, 6위) 다음으로 높다.참고로 황인범이 몸담았던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UEFA 클럽랭킹은 46위, 세르비아 수페르리가의 리그 랭킹은 20위에 불과했다.
유럽 5대리그에는 못미치지만 네덜란드 리그와 페예노르트 모두 황인범의 축구 커리어 사상 가장 큰 빅리그이자 빅클럽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페예노르트가 지난 시즌 에레디비지에 2위를 차지하며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다는 것도 중요한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페예노르트에서의 도전은 황인범의 축구 인생에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박지성과 이영표를 끝으로 더 이상 네덜란드 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긴 한국인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페예노르트가 영입했던 송종국, 김남일, 이천수 모두 유럽에서는 큰 발자취를 남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바 있다.
황인범이 페예노르트에서 '한국인 영입실패 징크스'마저 넘어서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다면, 이제 정말 올라갈 곳은 오직 5대 빅리그뿐이다. 저평가와 선입견을 오직 실력으로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온 황인범이 네덜란드 리그 역시 정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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