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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승리' 우리은행, '명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024 박신자컵] 31일 개막전 히타치 66-62로 제압, 김단비 19득점

24.09.01 10:16최종업데이트24.09.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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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챔피언 우리은행이 박신자컵 개막전에서 일본 초청팀에게 승리를 거뒀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WON은 3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개막전에서 일본 초청팀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에게 66-62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주전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된 우리은행은 약체로 전락할 거라는 우려를 딛고 지난 시즌 일본 W리그 7위를 기록했던 히타치를 상대로 박신자컵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우리은행은 에이스 김단비가 19득점4리바운드3어시스트5블록슛4스틸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이적생 한엄지도 11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아시아쿼터 듀오 스나가와 나츠키와 미야사카 모모나도 각각 7득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아직 1경기를 소화했을 뿐이지만 '우리은행의 건재'를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V13 후 주력 선수 6명 떠난 우리은행
 아시아쿼터 나츠키는 국내 무대 데뷔전에서 빠른 스피드로 한국 농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쿼터 나츠키는 국내 무대 데뷔전에서 빠른 스피드로 한국 농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은 2023-2024 시즌 정규리그에서 23승7패 승률 .767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27승3패 승률 .900의 KB스타즈에게 4경기 뒤진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1패 뒤 3연승을 거두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라는 리그 최고의 선수가 있는 정규리그 우승팀 KB스타즈를 이기기는 힘들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전력 누수가 없었던 KB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3승1패를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단비와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이 팀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고 봄 농구에 맞춰 몸을 만들었던 베테랑 박혜진(BNK 썸)도 단기전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물론 최이샘(신한은행 에스버드)과 나윤정(KB)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해준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전력 누수를 겪었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던 5명 중 4명이 동시에 FA자격을 얻은 것이다. 가장 먼저 우리은행의 '젊은 에이스' 박지현이 해외 진출을 선언했고 박혜진이 BNK, 최이샘이 신한은행으로 각각 팀을 옮겼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통해 가장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 받은 나윤정마저 라이벌 KB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벤치 멤버로 15분 내외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베테랑 고아라와 노현지까지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우리은행은 뒤늦게 FA시장에서 포인트가드 심성영과 포워드 박혜미를 영입했고 FA 이적 선수들에 대한 보상선수로 각각 한엄지와 이다연, 김예진을 지명했다. 하지만 FA 이적과 해외진출, 은퇴 선수까지 포함해 무려 6명의 선수가 팀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은행의 전력공백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최이샘의 보상선수로 영입했던 이다연이 많은 훈련량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지난 23일 임의해지됐다. 이다연은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36.8%의 3점슛성공률로 평균 6.2득점을 기록하며 이적 후에도 우리은행 세대교체의 핵심으로 주목 받았던 기대주였다. 따라서 이다연의 임의해지는 우리은행에게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적생-아시아쿼터-신예 고른 활약
 한엄지는 이적 첫 경기서 7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포함해 11득점11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한엄지는 이적 첫 경기서 7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포함해 11득점11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김단비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우리은행은 지난 26일 멕시코에서 막을 내린 2026 농구월드컵 사전예선에서 단 한 명의 국가대표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창 WKBL을 지배하던 시절 2명에서 4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하던 우리은행의 위용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김단비와 아이들'로 불리던 3~4년 전의 신한은행과 비슷한 선수 구성이 됐다.

올해 박신자컵을 앞두고도 작년 박신자컵 준우승팀 우리은행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농구팬들 역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이 올해 박신자컵에서는 성적에 욕심 내기 보다 새로 영입한 젊은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다가올 2024-2025 시즌을 위한 옥석을 가리는 무대로 삼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전 경기에서 승리를 쫓지 않는 위성우 감독은 있을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31일 히타치와의 개막전부터 김단비와 이명관 같은 기존의 핵심 선수들은 물론, 한엄지,심성영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주전으로 출전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정통 빅맨이 없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우리은행은 도움 수비를 통해 히타치의 실책을 유도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3쿼터에 높이를 앞세운 히타치에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승리를 쟁취한 쪽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개막전에서 김단비와 이명관의 활약도 좋았지만 한엄지가 이적 후 첫 경기에서 공격 리바운드 7개를 포함해 11득점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162cm,163cm의 단신 가드들로 채운 아시아쿼터 듀오 나츠키와 모모나도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기술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2쿼터 중반 깜짝 5득점을 몰아넣은 2005년생 신예 김솔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아직 박신자컵에서 단 한 경기를 소화한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전력을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주력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고 해서 단숨에 약체로 전락할 거라는 예상 역시 지나치게 이른 것도 사실이다. 통산 13회 우승에 빛나는 우승 DNA와 최근 11시즌 연속 팀을 승률 7할 이상으로 이끌고 있는 '위대인' 위성우 감독이 있는 한 우리은행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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