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6-4 역전승을 거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의리 이어 크로우도 팔꿈치 수술
2021년 시즌 4승에 그치고도 뛰어난 구위로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고 정규리그 신인왕까지 차지했던 좌완 영건 이의리는 2022년과 작년 나란히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KIA의 핵심 선발로 자리 잡았다. 볼넷이 다소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구위를 가지고 있어 올 시즌을 통해 양현종으로부터 KIA의 좌완 에이스 자리를 물려 받을 수 있는 투수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이의리는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4.35을 기록한 후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초 3주에서 한 달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마운드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이의리는 5월 29일 NC다이노스와의 복귀전에서 3이닝3실점을 기록한 후 다시 1군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이의리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단 4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다.
KIA는 2020년 나란히 11승을 따낸 애런 브룩스(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드류 가뇽(웨이취안 드래곤스) 이후 지난 3년 간 시즌을 완주한 외국인 투수 콤비를 거느리지 못했다. 2021년엔 브룩스가 전자담배 속 대마초 성분이 적발되면서 퇴출됐고 2022년엔 로니 윌리엄스가 부진 끝에 토마스 파노니로 교체됐다. KIA는 작년에도 아도니스 메디나와 숀 앤더슨이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교체됐다.
따라서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그 어느 해보다 신중하게 외국인 투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낙점한 새 외국인 원투펀치가 바로 제임스 네일과 윌 크로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IA는 올해도 외국인 원투펀치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게 됐다. 올 시즌 8경기에서 5승1패3.57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던 크로우는 5월 초 우측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분손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 전까지 크로우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기에 KIA는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 캠 알드레드를 활용하면서 크로우의 복귀를 기다렸다. 하지만 알드레드가 9경기에서 3승2패4.53를 기록하는 동안 크로우는 팔꿈치 수술이 결정됐고 KIA가 지난 6일 좌완 에릭 라우어와 총액 35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크로우와 결별하게 됐다. 성적부진이 아닌 부상으로 인한 아쉬운 외국인 투수의 중도 교체였다.
윤영철 이어 네일마저 부상, 버티기 돌입
이의리와 크로우가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음에도 KIA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반기에만 7승을 따내며 '2년 차 징크스'를 가볍게 날린 좌완 윤영철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이의리의 빈자리를 메워주던 윤영철은 후반기 첫 경기 등판에서 허리 통증으로 조기 강판됐고 척주 피로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전반기에 2명, 후반기 시작과 함께 1명의 선발투수가 전력에서 이탈한 KIA는 지난 24일 NC전에서 팀의 1선발 네일마저 잃었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11승5패2.62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2위를 달리던 네일은 24일 NC전에서 6회 선두타자 맷 데이비슨의 강습타구가 턱을 강타하면서 피를 흘린 채 강판 됐다. 검진 결과 턱관절 골절 진단을 네일은 다음날 고정 수술을 받았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25.2이닝2자책 평균자책점0.70을 기록하던 네일의 이탈은 KIA에겐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이의리와 크로우, 윤영철의 부상은 KIA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라도 있었지만 정규리그가 30경기도 채 남지 않은 시즌 막판에서 당한 1선발의 부상은 KIA로서도 손 쓸 도리가 없다. 이제는 외국인 투수를 교체해도 포스트시즌에 등판할 수 없다.
사실상 네일의 정규리그 복귀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KIA는 크로우의 대체선수로 캠 알드레드를 영입했을 때처럼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의 영입과 활용이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가 얼마나 KIA를 위해 열정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KIA가 알드레드 영입했을 때처럼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을 쉽게 결정하기 힘든 이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라우어가 KBO리그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가운데 김도현이 최근 7경기에서 6번의 선발 등판을 하면서 선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도현이 선발 투수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주면서 '불펜데이'로 한 두 경기를 치러낸다면 남은 정규리그 23경기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이범호 감독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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