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경> 스틸컷
비아신픽쳐스
<청산, 유수> 이후로 난 신동일 감독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감지했다. 작품 속에 인물들이 머물지 않고 떠나고 있다. 그것은 도시에서 자연이 내뿜는 공기로 가득한 시골로의 떠남이다. 그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청산, 유수>가 4대강 사업의 중심지였던 공주를 배경으로 한다면 <문경>은 제목 그대로 문경으로 향하고 있다. 전작보다 더 자연을 깊이 있게 그렸으며 그곳에서의 이야기의 결은 단단해졌다.
그 쉼이 필요했던 인물이 문경(류아벨)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별해 보인다. 문경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계약 직원 초월(채서안)로 인해서 문경을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위장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초월을 자기 직원으로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감을 가진다.
그런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도 불구하고 그는 쉬지 않고 전진한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쉬라고 말하지 않는다. 초월이 자신의 손을 떠나 직장을 떠나고 문경은 본인에게 스스로 쉼을 주어야 한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문경이 된다.
신동일 감독의 작품엔 유달리 쉼표가 있는 제목이 많다. 두 번째 작품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네 번째 장편인 <컴, 투게더>, 그리고 전작이었던 <청산, 유수>까지, 그의 작품명은 낱말과 낱말 사이에 쉼표로 연결된다. 그 쉼표가 가지는 생각의 여지를 고려해 보면 두 개의 낱말은 묘한 공통 선상에 있다.
이번 작품명에는 쉼표는 없지만 이야기 자체로 쉼을 향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문경이 문경으로 떠나는 여정은 쉼과 같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쉼을 얻게 된다. 서울에서의 초월과 문경의 관계는 쉼을 통해 문경에서의 문경과 비구니 스님 가은의 관계와 연결된다. 그 떠남의 여정에서 길을 안내하는 길순까지 만나며 우리가 혹은 문경이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비우고 비우면 다른 삶이 시작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