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우승 후 교가를 부르는 교토국제고 선수단.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으로 방영되는 전무후무한 일이기도 했다.
NHK
지난 23일,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 이곳에서 일본 고교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우승한 것.
교토국제고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학교였다. 학교 정규 과정에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개설돼 있는데다 학교장과 주요 교직원들도 한국인 혹은 재일동포로 구성돼 있어 국내 야구팬들을 비롯한 국민 역시 애틋한 '동포애'를 느꼈을 법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1999년에야 창단됐을 만큼 역사는 매우 짧지만, 그 기간 내에 고시엔 8강, 4강 진출 등 꾸준히 성적을 기록해 왔다. 이 학교 졸업생인 정규식과 황목치승(이상 LG 트윈스) 등이 KBO리그 진출까지 이뤄내기도 했다. 비록 현재 야구부에는 한국인이 없지만,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일본 현지 학생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고시엔 우승은 비유하자면 서울 국제학교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학교가 야구부를 구성해 청룡기 선수권에서 우승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야구 외에 큰 이슈거리가 될 수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교토에서 고시엔 우승팀이 나온 것은 무려 68년 만의 일로, 100년 넘는 고시엔 역사 가운데 교토 지역에서 우승팀이 나온 것은 교토국제고를 포함해 겨우 다섯 번 밖에 되지 않는다. 우승팀이 결정되자마자 호외까지 나온 것은 그만큼 지역사회 주민들의 기쁨으로도 연걸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교토국제고는 한국/국제 계열 학교의 첫 고시엔 우승이라는 역사를 남기게 됐다. 그런데, 한국계 학교의 고시엔 도전은 교토국제고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야구단은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었던 황성 기독 청년회 야구단(이른바 황성 YMCA)이다. 황성 YMCA는 1916년 고시엔 진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조선총독부의 출전 금지령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가 1921년 처음으로 고시엔 조선 예선대회가 열렸고, 이것이 바로 현재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의 효시가 된다.
당시 참가교는 경성중, 용산중, 부산상업, 인천상업 등 4개교였는데,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여기에서 우승한 부산상업(현재의 부경고 전신)은 고시엔에 진출, 1회전 통과에 만족해야 했다. 2회 예선에서는 경성중(현재의 서울고 전신)이 고시엔에 진출한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