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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도루' 조수행, 두산 역대 최고의 '대도'

[KBO리그] 21일 삼성전 멀티도루로 시즌 도루 1위 질주, 두산 5-2 승리

24.08.22 08:31최종업데이트24.08.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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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포항 원정에서 난적 삼성을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1일 포항 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5-2로 승리했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2승12패의 절대 열세에 놓여 있는 두산은 순위 경쟁에서 중요한 상대였던 삼성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이날 SSG랜더스에게 1-5로 패한 3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였다(62승2무57패).

두산은 선발 최원준이 5이닝8피안타3탈삼진2실점으로 시즌 5번째 승리를 따냈고김택연은 고졸 신인 역대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16개)을 세웠다. 타석에서는 5회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이유찬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제러드 영과 김재환이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는 '포르쉥' 조수행은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두산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도루 신기록(58개)을 세웠다.

 지난 7월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5회초 2사 1루 대타 제러드 타석 때 1루주자 조수행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KIA 수비는 박찬호.

지난 7월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5회초 2사 1루 대타 제러드 타석 때 1루주자 조수행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KIA 수비는 박찬호. ⓒ 연합뉴스


두산이 배출했던 4명의 도루왕

최근엔 도루가 예전만큼 높게 평가되지 않지만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를 훔치는 도루는 단숨에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매우 가치가 높은 기록이다. 실제로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김일권, 김재박, 이순철 등 소위 '대도'로 불리는 선수들은 리그 전체에서 스타로 인정 받았고 1993년 전준호와 이종범의 도루왕 경쟁은 모든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룰 정도로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 시켰다.

두산은 '육상부'로 불릴 정도로 뛰는 야구를 앞세우던 시절도 있었고 자신들의 마스코트처럼 느린 이미지를 갖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두산은 구단 역사상 총 4명의 도루왕을 배출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역시 도루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수근이었다. 정수근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독식했고 정수근이 마지막 도루왕을 차지했던 2001년에는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에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방출된 후 테스트를 받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무명 선수가 '깜짝 도루왕'에 등극했다. 루키 시즌 51개의 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이종욱(NC 다이노스 작전·주루코치)이었다. 이종욱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두산에서 7년 간 활약하면서 283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고영민(롯데 자이언츠 작전·주루코치),민병헌(티빙 해설위원)과 두산의 '육상부'로 맹활약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8년을 기점으로 고영민의 전성기가 빨리 저물자 두산의 2루 자리는 자연스럽게 오재원이 물려 받았다. 그리고 오재원은 2011년 46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이대형(SPOTV 해설위원)을 제치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도루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은퇴 후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던 오재원은 지난 4월 마약 투약혐의로 구속되면서 야구선수로의 명예를 스스로 날렸다.

2009년 프로 입단 당시부터 빠른 발을 가진 외야수로 주목 받았던 '잠실 아이돌' 정수빈은 프로 15년 차의 베테랑이 된 작년 시즌에야 비로소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정수빈은 작년 39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LG 트윈스의 신민재(37개)를 2개 차이로 제치고 도루왕에 올랐다. 정수빈은 올해도 45개의 도루로 자신의 시즌 최다도루 기록을 경신하며 도루 2위를 달리고 있다.

정수근 1999년 기록 뛰어넘은 '포르쉥'

조수행은 건국대 시절 90경기에 출전해 92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빠른 발로는 검증을 마친 선수였다. 두산에서도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조수행을 2차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했다. 사실 장타 잠재력이 거의 없는 교타자형 대졸 좌타 외야수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선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두산에서는 조수행의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수행은 프로 입단 후 좀처럼 주전으로 활약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6년부터 두산의 외야는 김재환과 민병헌, 박건우(NC)로 이어지는 강력한 외야라인을 구축했고 2018년 가을엔 정수빈까지 군복무를 마치면서 조수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욱 없었다. 김태근과 안권수 등 빠른 발을 앞세운 비슷한 유형의 외야 경쟁자들이 차례로 입단한 것도 조수행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렇게 주전으로 도약하긴커녕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조수행은 올해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면서 좌익수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 출루를 할 때마다 폭발적인 주루로 이승엽 감독과 두산 팬들의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일단 조수행이 출루만 하면 주자 1루의 평범한 기회가 득점권으로 바뀌는 마법(?)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조수행은 6월 월간 타율이 .243로 떨어지고 이유찬이 외야로 전향하면서 주전 자리를 위협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수행은 주전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착실하게 도루 기록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21일 삼성전에서 3회와 5회 두 차례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시즌 58호 도루로 정수근이 지난 1999년에 세웠던 두산의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을 갈아 치웠다.

혹자는 조수행이 많은 도루에 비해 타율(.272)이 다소 낮고 안타(75개)도 적어 눈에 보이는 기록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조수행보다 높은 도루성공률을 기록 중인 선수는 김도영(KIA 타이거즈,91.9%)과 김지찬(삼성,91.7%) 정도 밖에 없다. 조수행이 잔여 시즌 어떤 포지션으로 출전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조수행은 분명 두산 구단 역사상 최고의 '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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