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면 갈무리
넷플릭스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에는 77명의 인플루언서 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한다. 출연진 중 한 명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크리에이터는 팔 수 있는 모든 걸 팔아야 한다"고 크리에이터를 정의한다. 그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좋은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반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콘텐츠든 만드는 이들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은 노골적이다. 서바이벌 게임을 표방한 <더 인플루언서>는 영화 <배틀로얄>처럼 출연진들의 목에 전자 목걸이를 건다. 그 안에는 팔로워 숫자를 돈으로 환산한 '몸값'이 적혀있다. 최소 몇만 원에서 최대 몇천만 원까지 적힌 전자 목걸이를 두고 출연진들은 "나는 얼마짜리냐"고 물으며 액수에 따라 "(돈이 없으니) 천민 신분이라"고 칭하거나 "(돈이 많으니) 고개가 떳떳이 들린다"고 말한다. 팔로워 숫자를 통해 출연진 간 암묵적인 계급이 형성된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존재감, 파급력, 화제성을 평가하기 위해 <더 인플루언서>는 라운드별 미션을 제시한다. 미션 종류와 평가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타인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다. 그래서 출연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위 말하는 '어그로(관심을 끌거나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자극적인 행위 - 기자 말)'를 끈다.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방법만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1라운드 '좋아요/싫어요 투표'에서 유튜버 '빠니보틀', '창현'은 유튜버들끼리 모이며, 틱톡커를 견제하기 위한 작당 모의를 벌인다. 이들 유튜버는 플랫폼 간의 견제 구도를 만들며, 틱톡커들에게 '싫어요'를 보냈다. 또 다른 유튜버 '진용진'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이자 최근 유튜브를 시작한 '장근석'이 하지 않는 말을 한 것처럼 소문내며 좋아요 혹은 싫어요를 달라고 요구한다. 또 다른 유튜버 '캐디와니'는 한 여성 출연진들에게 "내게 '좋아요'를 주지 않으면 '싫어요'를 보내겠다"고 협박한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이들 발언의 수위는 높아진다. 2라운드 '라이브 방송'에서 남성 출연진은 술을 마시거나 자신의 옛 여자친구 등 무언가를 폭로하겠다며 자신의 방송 시청자 수를 늘려간다. 여성 출연진은 섹시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거나 속옷만 입고 룩북(여러 스타일링을 소개하는 여성)을 찍는다.
3라운드 '피드 사진'에서는 순위가 높은 출연진이 경매 방식으로 순위가 낮은 다른 출연진을 구매한다. 투명한 공간에 들어가 자신을 팔아하는 출연진들은 "사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처럼 느껴진다"면서도 "벗으라면 벗고 짖으라면 짓겠다" 또는 "나도 여자니까 구매해달라"고 어필한다. 이 장면을 두고 온라인에서 "인플루언서들의 능력을 낭비하는 거 같다", "자극적이기만 하다" 등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