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굿파트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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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은경과 유리는 가부장 사회의 불평등한 성역할과 이에 따른 결혼생활이 얼마나 위태한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인물이다. 은경은 여성을 바라보는 이중잣대에 저울질당하고 있고, 유리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즉, '평등하지 않은 결혼'으로 인해 둘 다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초반 등장한 의뢰인들의 사연 역시 이분화된 성역할과 이에 따른 불평등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3회에는 수십 년을 남편의 폭력 속에 살아오면서도 이혼하지 못하는 의뢰인이 등장한다. 성인이 된 딸은 엄마가 이혼해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엄마는 '딸의 결혼'이 마음에 걸리고 '남편이 밥도 못 챙겨 먹을까 봐' 걱정한다. '돌봄'이라는 가부장제의 성역할에 완전히 사로잡혀 산 이 여성은 결국 폭력 남편에게 돌아가고 만다.
4회에는 '가장'의 역할에 충실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며 돈을 벌어 외국에 있는 아이들과 아내를 뒷바라지하지만 이혼하게 되는 아버지의 사연이 나온다. 이 역시 '가장'이라는 가부장제의 역할에 지나치게 충실했다 오히려 고통을 겪은 경우다. 이 의뢰인은 "가장으로서 나 이 정도 된다는 인정욕구도 있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두 사연은 '내면화된 가부장제의 목소리'가 얼마나 한 개인의 삶을 옥죄는지 잘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한편, 2회에는 '모성'을 돌아볼 수 있는 사연이 나오기도 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면서 20억 위자료에 자녀 양육권을 내주기로 합의하는 엄마가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리는 "어떻게 20억과 자녀를 바꾸냐"며 의아해한다. 하지만, 은경은 '당위적인 모성'보다 20억이라는 현실을 선택한 의뢰인을 응원해 준다. 그리고 이 현실적인 선택 덕분에 이 의뢰인 여성은 훗날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 잘 이어간다.
이 사건들을 다루면서 은경은 이런 말들을 한다.
"자식을 위해 20억을 선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봤어?" (2회)
"이제 '가장'이 아니라는 거 받아들이세요." (4회)
이는 가부장제에서 부과한 당위들에 의문을 달 때 행복해질 수 있음을 강조한 말들이었다.
나는 은경이 자신의 이혼 재판을 통해서 이 말들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엄마와 아내로서의 자리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가부장제의 시선으로 비난해 올 남편 측에 맞서 엄마도 이혼을 선택할 수 있고 이 선택으로 엄마가 행복해지는 게 자녀에게도 좋은 일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편 측의 논리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증명해냈으면 한다. 그래서 가부장제의 이분화된 성역할과 이로 인한 불평등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은경은 자신을 구속해 온 이중잣대의 부당함을 증명해 내고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유리 역시 부모의 결혼생활을 지켜보며 갖게 된 심리적 갈등과 두려움을 재판을 통해 직면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정말로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판례'를 남기게 되지 않을까.
파리 올림픽 후 방영을 재개하는 <굿 파트너>가 '평등한 결혼생활'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을 던져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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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