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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야구단' 유부남 투수, 다시 프로도전 나선 이유

이영현 "제자들 구속 150km 기록하면, 프로 입단 테스트 하기로 약속"

24.08.13 10:48최종업데이트24.08.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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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운드 아카데미를 꾸려가는 멤버들. 왼쪽 두 번째가 한화에서 뛰었던 이준기(22)이며, 왼쪽 세 번째가 경기항공고를 졸업한 한석훈(24)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영현은 맨 우측에 자리했다.

올라운드 아카데미를 꾸려가는 멤버들. 왼쪽 두 번째가 한화에서 뛰었던 이준기(22)이며, 왼쪽 세 번째가 경기항공고를 졸업한 한석훈(24)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영현은 맨 우측에 자리했다. ⓒ 김현희

 
영화 '루키 (The Rookie)'는 고등학교 교사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제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짐 모리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제자들이 주 대회에서 우승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약속을 한 모리스는 실제로 템파베이 레이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다른 이들이라면 은퇴를 앞두어야 할 시점에서 이 노장은 무려 157km의 속구를 던지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영화 속 이야기가 국내에서 실제로 펼쳐질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모처에서는 20대 후반의 코치가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은퇴를 염두하고 어려운 사정에 야구 레슨장도 인수했지만, 선수로서의 미련을 아직 떨치지 못한 것이다. KBS 청춘야구단에서 유일한 유부남 투수로 이름을 알린 사이드암 이영현(27)이다.

그는 백송고를 졸업한 이후 야구 유학차 떠난 일본 독립리그에서 부상을 회복하며 145km에 달하는 빠른 볼을 던졌다. 이후 이영현은 복수 구단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부상이 재발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다가 성남 맥파이스에서 몸을 다시 만들면서 재기를 노렸고, 연속 경기 무실점 행진으로 KBS 청춘야구단까지 합류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아들은 출생한 그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코치로서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 현재 서울 성수동에서 야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테스트 피칭에 임하는 이영현

테스트 피칭에 임하는 이영현 ⓒ 김현희

 
그런데 왜 다시 기량 테스트를 했을까. 이영현은 '제자들과의 약속'을 언급했다. 그의 야구교실에 있는 제자들이 "(우리가) 빠른 볼 구속인 150km를 기록해서 프로에 가면, 코치님도 다시 해외든 어디든 프로에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한 것이다.

결국 이영현은 다시 한 번 더 현역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운동을 오래 쉰 만큼 몸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빠른 볼 최고 구속 142km를 기록했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 움직임이 더 좋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영현은 "제자들이 잘 될 수 있다면, 스승인 내가 몸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모할 수도 있지만, (현역 선수에) 도전한다"라며 도전을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화 소속이었던 이준기가 테스트 피칭에 임하고 있다.

한화 소속이었던 이준기가 테스트 피칭에 임하고 있다. ⓒ 김현희

 
그러면서 이영현은 자신의 제자들을 언급했다. 경기상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했지만 퇴단한 후 현재 독립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이준기(22)와 경기항공고 졸업 후 독립리그를 전전한 투수 한석훈(24)이다.

이영현은 "공적으로 보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지만, 사실은 가까운 선후배이자 동생들이기도 하다. 둘 다 어떠한 프로로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준기는 시속 91마일의 속구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고, 한석훈 역시 나쁘지 않은 스플리터 제구를 선보였다. 둘은 군 복무를 마쳐 해외 진출도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이영현은 두 명의 후배 겸 제자들과 올 시즌 말부터 프로 입단 테스트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과연 이영현이 어린 제자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그리고 이준기와 한석훈도 선배를 따라 국내 무대 혹은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이들의 도전은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시작된다.
 
 피칭에 임하는 한석훈

피칭에 임하는 한석훈 ⓒ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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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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