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라오페라단의 '라 보엠'은 관악구민에게 정통오페라의 정수를 선보였다.
박순영
관악아트홀에서 펼쳐진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의 <라 보엠>은 정통오페라다. 공연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졌으며, 파리 뒷골목 예술가들의 가난 속 사랑과 우정을 감동적으로 선사했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따로 없기에 무대 위에서 스크린 뒤에 오케스트라를 위치시켜 웅장한 현장음을 선사했다.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 단원으로 활약 중인 테너 이현재는 로돌포 역을 맡아 청명하고 절절한 음색으로 1막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을 부르며 극의 분위기를 밝혀 줬다. 밝고 포용적인 음색의 소프라노 최윤정(미미 역)의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도 사랑스러웠고, 둘이 함께한 4막 '오, 사랑스러운 그대(O soave fanciulla)'는 젊은이들의 생의 의지를 느끼게 해줬다.
처음에는 앞 성악가들이 MR 반주에 맞춰 노래하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무대 스크린 뒤로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협소한 공간에서 무대 벽과 영사막 사이로 음이 반사되어 때론 소리가 몽롱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4막 마지막 미미의 죽음에서 스크린에 초록 정원이나 나비의 날갯짓 이미지 등으로 느낌이 배가 됐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푸치니 음악 리듬도 느낄 수 있었다. 관악아트홀 2층 앞선이 돔(Dome) 형태로 생겨 소리가 관객을 감싸면서 야외오페라 같은 효과를 풍겼다.
'2024 순수예술을 통한 전국 공연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이번 공연을 위해 라벨라오페라단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눈에 선했다. 화가 마르첼로 역 바리톤 최은석은 진중한 음색으로, 그와 연인인 무제타 역 소프라노 김연수는 풍성한 음색으로 사랑의 노래와 연기를 펼쳐 보였다. 4막에서 가난하기에 외투마저 팔아야 했던 콜리네 역 베이스 양석진의 '외투(Vecchia Zimarra senti)'도 묵직하게 인생을 느끼게 했다. 한여름 8월 밤에 피어오른 남녀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오페라에 관객들은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