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XY 염색체' 선수의 출전... 파리 올림픽이 던진 질문

[주장] 인터섹슈얼, 자기 선택의 문제 아니야... 사회적 합의 필요해

24.08.09 15:45최종업데이트24.08.09 15:46
원고료로 응원
2024 파리 올림픽의 여자 복서의 성별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당사자는 여성 복싱 참가자인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66kg) 선수와 대만의 린위팅(57kg) 선수다.

이들은 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현저하게 높다고 알려졌다. 그러자 여성으로서 올림픽에 참가한 이 선수들이 사실은 남성 선수와 다를 바 없다는 식의 보도도 쏟아졌다. 여기에 국제복싱연맹(이하 IBA)이 주최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이들 선수는 같은 사유로 실격 처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이들 선수가 금메달을 따려고 여성으로 성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상당했다. 그러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해당 선수와의 경기에서 진 한 선수는 "마치 남자와 싸우는 것 같아서 공포스러웠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 참가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오른쪽)와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 참가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오른쪽)와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 ⓒ AP=연합뉴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트렌스젠더 이슈가 아니다. 여성이라도 남성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하며, 해당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문제 삼지 않았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지난 3일(현지시각)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표시돼 있다"라며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하게 여자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라며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선수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다. 이들이 지금껏 남자로 살아오다가 메달을 향한 욕심 때문에 갑자기 성정체성을 여성으로 변경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오는 성발달이상(DSD)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네 칼리프

이마네 칼리프 ⓒ 로이터 연합

 
인터섹슈얼로 태어난 사람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인터섹슈얼(intersex), 간성인인 사람들도 있다. 인터섹슈얼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에 해당하지 않는 성징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을 일컫는 포괄적인 용어다. 이는 성염색체나 성호르몬의 비전형적인 발생, 배아 발달 중 특정 호르몬 노출 등이 생기는데, 생식기 분화가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은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를 불완전하게 가지는, 즉 양성의 신체적 특징을 불완전하게 함께 지닌 사람들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오고 있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약 1.7%의 신생아가 변이된 성적 특징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0명 중에 1~2명은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물론 어릴 때 부모가 한쪽의 성별을 선택해 수술을 결정하는 길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신이 아닌 부모에 의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부모가 골라 준 성별이 아이의 뇌가 인식하고 있는 성별과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남과 여, 두 가지로 규정하는 성별 개념에서 이들이 설 자리는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성에 대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국가라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이미 몇몇 국가들에서는 제3의 성별을 표기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인터섹슈얼로 태어나 아직 성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트랜스젠더나 동성애 이슈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편견보다 중요한 것
 
 린위팅

린위팅 ⓒ AP연합뉴스

 
인터섹슈얼을 향한 편견처럼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면 갈등만 생긴다. 또 이는 서로를 악마화하고 증오하게 만든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와 수용은 사라지고 편견과 혐오만 가득한 세상이 바로 지옥이다.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선택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생명의 탄생 자체가 일말의 여지없이 타의적이다. 그렇기에 인터섹슈얼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당장 제3의 성별을 인정하기에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를 받아들일 것이냐와는 별개로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를 향한 비난과 혐오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결국 기존의 성별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별로 사람을 나누기 전에 이미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인터섹슈얼을 위한 배려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여러 이해가 충돌할 수 있기에 의학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간성인은 그의 복합적인 성 정체성의 특징만큼이나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가능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파리 올림픽 덕분에 깊어진 고민을 풀어 가야 할 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해당 글은 페이스북, 브런치, 얼룩소에도 게재됩니다.
파리올림픽 복싱 이마네칼리프 린위팅 메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