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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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 송강호와 공연한 영화 <밀정>은 엄태구의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엄태구는 비열하고 잔인한 일본 경찰 하시모토역을 열연하며 쟁쟁한 선배 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신스틸러'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엄태구는 극 중 날카로운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매 사진을 계속 보기도 했다. "최대한 잘하려고 발악을 했던 것 같다. 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닮아갈 것 같았다"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밀정>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는 엄태구는, 이후로 연기와 배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연히 안될 줄 알았는데 <밀정> 오디션에 합격한 것부터 기적이었다. 송강호 선배님과 첫 촬영을 하면서 막 들이대는 연기를 하느라 언짢으실까 걱정했는지, 더 잘할 수 있게 격려해 주셔서 많은 힘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송강호는 부담감에 힘들어하는 후배를 위하여 현장에서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술을 못 마시는 엄태구를 회식 자리에 초대하며 다른 배우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게 배려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엄태구는 "송강호 선배님의 존재 자체가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밀정>에 이어 다시 한번 송강호와 호흡을 맞추게 된 <택시운전사>에서는 짧은 출연에도 영화 최고의 명장면을 함께 만들어냈다. 광주의 상황을 취재한 기자를 태우고 서울로 올라가던 택시 운전사(송강호)를 검문하는 군인 역할로 특별 출연한 엄태구는 악역을 연상시킨 것과 달리 수상함을 감지하고도 두 사람을 그냥 보내주며 진실을 알리는데 기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엄태구는 영화 속 검문 장면을 회고하면서 "연기라는 걸 알고 하는데도 그 순간 제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장면을 찍고 '이거는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진짜로 한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제는 어느덧 성공한 배우로서 자리 잡은 엄태구지만, 아직도 특유의 내성적인 성격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엄태구는 초등학교 때 웅변학원에 갔다가 부끄러움에 울면서 내려갔다는 이야기에서, 팬들이 보내준 커피차를 받고 쑥스러워 매니저를 대신 내보내는가 하면, 짝사랑하던 여자친구와의 카페 데이트에서 긴장해 말을 못 해 지친 상대가 잠이 들었다는 실화 등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엄태구는 작품 속에서의 강렬한 캐릭터와는 달리, 연기를 쉬는 날에는 또래 청년처럼 매일 운동을 마치고 좋아하는 추어탕을 먹으러 다닌다는 소소한 일상의 낙을 전했다. 촬영을 마친 엄태구는 <유퀴즈> MC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잘해주셔서 감사드리다. 긴장을 너무 많이해서 다시 한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아쉬워하며 특유의 수줍은 미소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예고편에서는 다음 주 <유퀴즈>게스트이자 영화 <낙원의 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차승원과 엄태구의 깜짝 재회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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