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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복 은메달' 김원호, 4년 후 '엄마의 길' 따를까

[2024 파리올림픽] 엄마 길영아 이어 올림픽 메달 획득, 4년 후엔 금메달 도전?

24.08.03 13:45최종업데이트24.08.0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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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중국 정쓰웨이-황야충 조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8.3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중국 정쓰웨이-황야충 조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8.3 ⓒ 연합뉴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차녀 여서정은 9살 때 체조를 시작해 3년째가 되던 12살 때부터 전국체전을 휩쓸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 여홍철은 대를 이어 체조선수로 활약하는 둘째 딸이 대를 이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드러냈는데 여서정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아빠의 소원'을 현실로 이뤄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보인 여서정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기계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결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여서정'을 성공시키면서 대한민국 여자 기계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자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부녀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흐른 2024 파리올림픽에서 또 한 명의 대를 이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이번에는 엄마 길영아에 이어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아들 김원호였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김원호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에 이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은메달을 따냈던 엄마 길영아처럼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꿀 수 있을까.

'올림픽 금·은·동' 모두 가지고 있는 전설

지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을 때 한국은 쾌재를 불렀다. 한국 배드민턴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올리는 강세 종목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면 충분히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의 박주봉/김문수 조, 여자복식의 황혜영/정소영 조가 금메달을 수확했고 여자단식의 방수현도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당시 황혜영/정소영 조의 뒤를 이을 신예였던 길영아는 심은정과 짝을 이뤄 여자복식에 출전해 4강에서 패하며 동메달을 따냈다(물론 결승에 진출했더라도 세계최강으로 꼽히던 황혜영/정소영 조에게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길영아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정소영과 짝을 이뤄 결승에 진출했지만 한국의 장혜옥/심은정 조에 패하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길영아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을 통해 꽃을 피웠다. 기대를 모았던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에 패해 장혜옥과 함께 은메달을 따낸 길영아는 혼합복식에서 신예 김동문과 짝을 이뤘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박주봉/라경민 조. 대부분의 스포츠 팬들은 박주봉/라경민 조의 금메달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김동문/길영아 조의 승리였다. 그렇게 길영아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복식 동메달을 수확한 길영아는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보유한 흔치 않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금·은·동메달을 모두 보유한 선수는 양궁의 김수녕과 핸드볼의 오성옥, 역도의 장미란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길영아는 이 어려운 기록을 단 두 번의 올림픽에서 만들어냈다.

대 이은 올림픽 메달, LA에서 금 도전할까

길영아의 장남 김원호는 복식 전문선수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서승재와 함께 남자복식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원호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서승재와 최솔규에 밀려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김원호는 현역시절 붙박이 국가대표였던 엄마 길영아와 달리 국가대표를 들락거리며 다소 기복을 보였다.

작년 대표팀에 복귀한 김원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최솔규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은메달을 따냈고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파리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조로 낙점돼 체력이 좋은 정나은과 짝을 이뤘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예선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패하며 1승2패로 탈락위기에 놓였지만 프랑스가 인도네시아에 승리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

예선에서 불안했던 김원호/정나은 조는 토너먼트에 돌입한 후 안정을 되찾았다. 8강에서 말레이시아 조를 상대로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한 김원호/정나은 조는 준결승에서 상대전적 5전 전패로 뒤져 있던 대표팀 선배 채유정/서승재 조와 77분의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2-1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3세트 도중 김원호가 구토를 했을 정도로 모든 체력을 쏟아부은 혈투였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한국 김원호-정나은이 한국 서승재-채유정을 상대하고 있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세트스코어 2-1(21-16 20-22 23-21)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2024.8.2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한국 김원호-정나은이 한국 서승재-채유정을 상대하고 있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세트스코어 2-1(21-16 20-22 23-21)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2024.8.2 ⓒ 연합뉴스


그리고 준결승에서 체력이 바닥 난 김원호/정나은 조는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총 조(중국)를 만나 0-2로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문턱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남녀복식에서 모두 메달을 따지 못했던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로써 김원호는 엄마 길영아에 이어 대를 이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1999년생 만 25세의 김원호는 LA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이 되면 만 29세의 베테랑이 된다. 배드민턴 선수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불가능한 나이도 아니다. 몸 관리를 잘해 4년 후까지 기량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다음 올림픽에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원호가 4년 후 커리어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엄마 길영아의 길을 따르게 될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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