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래의 범죄들> 포스터.
누리픽쳐스
그렇다. <미래의 범죄들>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보디 호러'라는 외피를 벗겨내고 제목부터 훑어 내려가면 굉장한 영화로 거듭난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자못 끔찍할 뿐 메시지 자체는 철학, 과학, 역사, 정치 등을 버무린 초호화 고급이다. 하여 메시지부터 접근하면 끔찍한 것들이 우아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속 사울과 카프리스가 말하는 '행위예술'이 그 자체로 와닿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기분이 이상해지고 묘해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영화가 상상하는 '미래의 범죄들'은 급속도로 변하는 인체를 두고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기 멋대로 시도하는 모든 행위다. 새롭게 생겨나는 장기를 등록하지 않으면 범죄고, 고통을 못 느껴 자기 신체를 훼손하며 흥분하려 하면 범죄다. 소화기관이 변해 보통 사람들에겐 독인 플라스틱 바를 만들어 먹어도 범죄다. 급격하게 변하는 신체를 자신이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려 할 뿐이지만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행위라면 범죄로 취급받는 것이다. 그러니 사울이 '예술'이라며 자신의 장기를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한편 굳이 장기등록소에 가서 새로운 장기를 등록하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국가는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범죄자 취급한다. '인간의 범주' 운운하지만 실상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국가'가 발악하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반면 사울과 카프리스는 순수 예술로 승화시켰고, 위펫과 팀린은 국가 소속으로서의 관리와 통제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예술 광적인 모습을 오가고 있으며, 랭이야말로 새롭게 도래하는 시대를 최전선에서 이끌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
결국 외면만 달라질 뿐 미래도 현재, 과거와 별다를 게 없다. 모든 게 너무나도 빨리 바뀌는가 싶다가도, 터무니없이 빨리 사라지는가 하면, 대립하고 소통하고 암약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인간 세상이 신기하다면 신기하다. 누군가는 인간의 진화라고 보고 누군가는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이리도 복잡다단하면서도 체계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 이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80대에 들어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차기작을 손 뽑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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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