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3년차 고졸 내야수 김도영은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있다.
김종수
김도영의 올 시즌 활약상을 한껏 즐기는 KIA 팬들은 과거 드래프트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표현한다. 지난 2022년 당시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을 앞두고 KIA는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광주 동성고 내야수 김도영과 광주 진흥고 문동주 하필이면 최대어 둘이 광주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양손의 떡', '행복한 고민' 등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둘 중 KIA에서 선택한 선수가 기대만큼 못 해주고 상대적으로 타팀으로 간 선수가 잘하면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잔인한 선택지였다.
차라리 똑같은 야수 혹은 투수였다면 좀 더 비교가 수월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도영과 문동주는 야수와 투수로 포지션이 달랐다. 김도영이 공·수·주를 두루 갖춘 5툴 플레이어 유격수로 가치가 높았다면, 문동주는 고교선수로서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던 파워피처였다. 각자 자신의 팀에서 끼치는 영향력까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투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처럼 비슷한 조건이면 투수의 가치를 더 높게 책정한다. 어느 팀이라도 고교 최고의 파어어볼러를 그냥 지나칠 팀은 없었다. 때문에 드래프트 날이 다가올수록 분위기는 'KIA=문동주' 쪽으로 굳어가고 있었다.
당사자 김도영 또한 각종 인터뷰 등에서 "마음은 타이거즈에서 뛰고 싶지만 아마도 (문)동주가 지명받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며 내심 마음을 내려놓은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막판 반전이 일어났다. KIA의 최종선택은 투수 최대어 문동주가 아닌 김도영이었다. 김도영을 원했던 팬들도 적진 않았지만 그런 팬들조차 '예상 밖'이라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문동주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도영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프로 적응에 힘겨워하던 사이 문동주는 소속팀 한화 이글스의 각별한 관리를 받으며 젊은 선발투수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지난 시즌의 경우 초반부터 KBO 리그 한국인 투수 최초 160km를 기록하더니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까지 발탁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인왕 자격조건이 되었던지라 신인왕마저 수상했다. 김도영도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3할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문동주만큼은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모든 것이 뒤집혔다.
올 시즌 김도영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29일 기준 98경기에서 타율 0.354(3위), 136안타(2위), 28홈런(2위), 78타점(5위), 100득점(1위), 29도루(6위), 출루율 0.420(4위), 장타율 0.654(1위), OPS 1.074(1위)로 전방위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을 우려해 주특기인 도루를 자제하는데도 그렇다.
상황에 따라 다관왕까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로 정규시즌 MVP도 유력하다. 거기에 리그 최초 월간 10-10클럽, 최연소 전반기 20-20클럽, 최소 타석-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최연소 시즌 100득점 선점, 최소경기 시즌 100득점 등 각종 굵직한 기록들도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있다. 소속팀 KIA도 1위로 잘 나가고 있는지라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정규시즌 MVP, 30-30클럽, 다관왕 등 이후가 기대된다.
김도영의 장타력은 전성기 이종범보다도 확실히 앞서고 있다. 이종범이 홈런도 잘 쳐 기존 발 빠른 타자 개념을 부쉈다면 김도영은 장타자라고해도 무방할 정도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표현과 더불어 '더 빨라진 박재홍', '5툴 김동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시즌 김도영이 어디까지 해낼지는 알 수 없다. 매 경기 환상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마음을 쉴 새 없이 열광시키고 있으며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은 김도영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가슴이 뛴다. KIA 팬들은 매 경기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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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