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거리트의 정리>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특별한 소재와 특별할 것 없는 주제를 버무리는 솜씨가 탁월하다. 소재든 주제든 뭐 하나라도 특별할 때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할 테다. 그리고 그것들을 마거리트로 분한 엘라 룸프가 한 데로 모았다. 그녀는 영화 속, 오직 수학밖에 몰랐지만 서서히 세상을 알아가는 마거리트 그 자체다.
마거리트를 두고 가장 먼저 따오른 건 '불광불급', 즉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었다. 마거리트의 성장은 '정반합', 즉 헤겔의 변증법을 도식화한 논리 전개 방식으로 풀이해 볼 수 있겠다. 기존 유지 상태인 '정'은 수학밖에 모르던 상태, 부정하며 새로운 상태를 제시한 '반'은 나락으로 떨어져 수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합'은 세상을 알아가며 수학이 다시 찾아온 상태. 그리고 '합'은 다시 '정'으로 돌아가 정반합은 반복된다.
성장이라는 게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이 고여 있지 않고 계속 흐르는 상태, 유지하다가 부정하고 배제한 후 다시 유지하길 반복, 이것저것 고정관념 없이 다 해 보는 것.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져 밑바닥을 경험하고 다시 올라와 보는 것. 그런 면에서 '미친 사람은 성장하는 사람만 못하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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