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인[전]>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어느 관계에나 어려움은 있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원인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꽤 오랫동안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형태에 있다. 이를 두고 우리는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할 도리와 책임으로 여기거나, 감정적인 측면에서 부모의 무제한적인 사랑이라 말하기도 한다. 관계의 측면에서만 보면 형편없는, 당장 끊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구조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때에는 (울기도 하지만) 그래도 좀 낫다. 소위 머리가 다 크고 나면 이 기형적인 관계가 한쪽으로 더 치우친다.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면 생각을 하게 되고, 머리를 굴릴 수 있게 되면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어서다. 책임을 배우는 건 한참 후의 일이다. 배운 대로 따르는 건 또 별개의 문제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세상의 모든 자식이 부모를 괴롭히고 힘들게만 하는 존재인 것처럼 여길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를 품에 안고 키운다는 일은, 자기 핏줄로 이어진 존재의 탄생을 목도하고 그의 오늘을 내일로 이어주는 일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 벅차며 숭고한 일이다. 그리고 사실, 그 부모들 역시 누군가의 자식으로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자라왔을 것이기에 억울하고 분하기만 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의 그 어떤 관계도 이처럼 순환하는 과정에 놓여 있지 않다.
02.
"저 돈이 필요해서 파는 건데요?"
영화 <개인[전]>은 전업 화가의 꿈을 키우며 첫 개인전을 앞둔 석준(곽민규 분)과 그의 아버지(양흥주 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들과 이제는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싶은 아버지 사이의 이야기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각각의 현재를 평가절하하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은 많은 이들이 안고 살아온 단절된 모양의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는 건 아버지의 수석(壽石)이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를 정확히 마주하지 못하는 '어려운 관계'가 짙은 그림자처럼 깔려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석준이 집 안에 있던 수석을 몰래 훔쳐 갤러리에 가져다 팔면서 꼬인다. 아들은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큰방에 격리돼 나올 수 없는 아버지의 상황을 이용했다. 거실과 베란다에 전시된 돌들은 그의 취미이자 자랑과도 같다. 오죽하면 격리라는 암묵적 약속과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방문을 열고 나와 자신의 건강보다 수석을 더 아끼고 보살폈을까. 하지만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둔 아들의 눈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널린 흔한 돌이나 다름없고, 하나쯤 사라져도 알아차릴 수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