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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경고장

[리뷰] 영화 <마하라지>

24.07.17 11:07최종업데이트24.07.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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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마하라지' 넷플릭스 영화 '마하라지'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마하라지' 넷플릭스 영화 '마하라지'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인도영화 '마하라지'(2024년 6월 14일 개봉)는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봄베이에서 실제 벌어진 한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어린 크리슈나를 숭배하는 힌두교의 분파 바를라바 삼프라다야(Vallabha sampradaya)의 수장인 마하라지(Maharaj)가 언론인이자 사회개혁가인 카르산다스 물지( Karsandas Mulji)를 상대로 1862년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카르산다스 물지가 지역신문에 "진정한 힌두교와 현행 사기 행각"이란 기사를 써서 마하라지의 성추문을 비판하였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수천 년 이어온 카스트제도가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 깊게 작동하는 나라입니다. 19세기에 벌어진 사건이니 카스트제도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컸겠지요. 카스트의 최상위 계층은 사제계급인 브라만입니다. 마하라지는 바로 브라만에 속한 자였습니다. 반면 그의 추잡한 성적 추문을 폭로한 카르산다스는 브라만보다 한참 낮은 바이샤 계급 사람이었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신분 차이는 컸고, 종교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에 있어서도 견줄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마하라지는 사건 당시 봄베이의 실력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종교적, 법적 권위를 지녔고 재력도 상당하였으며 교단 수장으로서 숱한 신도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마하라지'는 '고귀한 왕,'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란 의미인데 그 칭호에 잘 드러나듯 마하라지는 신도들에게 사실상 '왕' 또는 거의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이런 자의 성 추문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는 건 짚단을 들고 불속에 뛰어드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기자 카르산다스는 이처럼 무모한 일을 벌였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던 마하라지의 난잡한 성 추문을 도저히 그대로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마하라지가 카르산다스의 약혼녀를 성폭행한 사실을 묘사합니다. 결혼을 불과 며칠 앞둔 무렵이었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카르산다스 약혼녀는 종교 축제 중에 마하라지의 선택을 받아 '신성한 봉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봉사'란 마하라지와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하라지는 오랫동안 여신도를 상대로 이 같은 성폭행을 일삼았고 '매독'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그에게 제동을 걸지 못했습니다.  

카르산다스 약혼녀도 신앙심이 깊다 보니 마하라지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봉사'하러 갔다가 겁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도 한동안 자신의 약혼남 카르산다스가 신앙심을 잃고 교주 마하라지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설득하려 들었습니다. 종교 지도자의 절대 권위와 세뇌는 신도들의 이성적 판단력을 마비시킨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사이비 종교일수록 종교 지도자의 절대 권위를 주장합니다. 그 종교 지도자의 도움이 아니고는 영적인 성숙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믿게 합니다. 그에 대해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행위는 믿음이 없고 시험에 빠져 저지르는 악한 행동이라 여기게 만들기도 합니다. 신도들은 종교 지도자를 차츰 자신의 영적 부모처럼 여기고, 그 종교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에 이릅니다. 그 종파에서 벗어나면 자신의 삶은 '끝장'이라고 두려움을 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신도들은 자신이 속한 사이비 종교에 대해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하지라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인도 법원은 카르산다스 물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여러 증인이 마하라지의 성 추문에 대해 증언하였고, 그의 매독 사실도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재판은 인도 역사에서 '종교 권위와 언론 자유의 대표적 충돌 사건'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인도 법원은 이 사건 판결로 "공익을 위한 비판은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판례를 세웠습니다. 인도는 종교적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라서 이 같은 판결의 의미가 더욱 컸나 봅니다.

마하라지 같은 사이비 종교 지도자는 세계 어디에나 생겨날 수 있습니다. 종교는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삶에 힘을 주고 위로와 희망, 의미를 제시합니다. 종교 생활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가꾸는 중요한 자양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비판적 능력을 잃고 종교에 과몰입할 때, 사악한 종교 지도자들이 나타나 신도들의 영혼을 망가뜨리고 몸과 재산까지 강탈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영화 '마하라지'는 이에 대한 훌륭한 경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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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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