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어린 예술가, 그리고 사랑
코세이는 인간 메트로놈이라 불릴 만큼 정교한 피아노 연주로 각광받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엄격한 피아노 연주를 강조한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강박과 이후 어머니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 트라우마는 코세이로 하여금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다. 연주에 집중한 코세이의 귓가엔 피아노 소리가 아닌 어머니의 지적이 맴돈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코세이가 사랑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필자는 사랑과 함께 '어린 예술가'의 존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세이를 구한 건 사랑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론 때묻지 않은 어린 예술가, 자유로운 음악가의 존재였다.
코세이는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카오리의 콩쿨 연주를 보러 간다. 여기서 카오리는 악보를 따르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연주한다. 정해진대로 연주해야 한다고 압박받았던 코세이는 카오리의 연주를 칭찬했지만, 입상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카오리의 연주 도중 악평을 쏟아냈고, 이를 음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카오리의 연주는 정말 음악이 아닌 걸까? 이에 대해선 다음의 두 인물로 반박할 수 있을 듯하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와 미국의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가 필자가 반박에 활용하고자 하는 주인공이다. 아도르노는 굵직한 저작 <미학 이론>의 첫 장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예술에 관한 한 아무것도 자명한 것이 없다"고.
존 케이지는 우연성을 음악 세계로 끌고 들어왔다. 카오리가 선보였고, 기존의 예술가라 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이 부정했던 바로 그 우연성을 말이다. 특히 4분 33초 동안 피아노에 앉아 아무 음도 연주하지 않는 곡 '4분 33초'는 음악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들은 모두 어린 예술가들이었다. 나이가 아닌 영혼이 어린 예술가.
어린 예술가 카오리는 코세이가 변화하는 시발점이 된다. 입상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자유롭게 연주한 카오리는 스스로 "발버둥쳤다"고 회고하며 코세이에게 함께 연주할 것을 권유한다. 머뭇거리는 코세이에게 함께 발버둥치자고, 함께 여행하자고 소리치고, 음악에 대한 강박을 거부할 것을 요구한다. "오선지 감옥"에서 빠져나오라는 어린 예술가의 말에 코세이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는다.
코세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결정적 계기는 '사랑'이다. 카오리의 사랑, 그리고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이 사랑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거짓말'을 수반했다는 것이다. 그 거짓말을 코세이가 알게 될 때,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의 제목이 상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