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스틸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80~90년대는 모든 게 넘쳐나던 과잉의 시대였다. 술, 약물, 담배를 서슴지 않던 불온한 불안이 과했던 때다. 스테로이드제로 과한 근육을 부풀려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던 잭키는 분노가 극에 달하자 심연의 어두움을 에너지로 바꾼다. 그의 초능력 근원이 약물인지 사랑의 힘일지 아리송하다. 이런 판타지는 영화 안에서 결정적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화가 나면 몸집이 커지는 잭키는 <걸리버 여행기>, <헐크>처럼 순수하면서도 사악한 괴물로 변신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사고뭉치 잭키의 사건·사고를 수습하기 바쁜 루는 몸은 힘들지만 꿈을 좇는 연인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만의 꿈을 꾼다. 루는 언니와 형부, 아빠와 범죄에 얽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냈다. 그렇게 억눌린 자아가 잭키를 만나 자유를 만끽하고 욕망을 실현한다. 폭압적인 남성(아빠, 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도전할 용기를 내며 도망가려 한다. 한 번도 마을 밖에 나가본 적 없는 루에게 LA로 도망치자는 잭키의 제안은 탈출의 원동력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인간은 사랑에 빠지면 미치광이가 되어버리는 이성적 오류에 빠진다. 사랑의 힘으로 이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경험, 한 번쯤 사랑을 해봤다면 도파민 과다 분비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모든 걸 걸어도 아깝지 않을 폭주, 미래를 저당 잡히지 않은 오늘만 사는 청춘의 혼란스러움이 뒤엉킨다. 작은 질투는 의심을 부르고 커진 의심이 토네이도를 만들며 주변 에너지를 빨아들여 결국 파멸에 이른다.
영화 속 루와 잭키의 사랑은 옳고 그름을 떠나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관계 그 이상을 보여준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헌신은 범죄로 치닫고 잔인한 폭력을 덧입혔지만, 그들만의 세상에서 행복하리라 상상한다. "내 살과 뼈가 으스러진다 해도 너를 사랑하겠다"는 절절함은 "사랑한다면 날 통째로 먹어줘"라는 영화 <본즈 앤 올>의 섬뜩하지만 황홀한 사랑 고백만큼이나 로맨틱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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