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유로 2024 8강전 경기에 나선 포르투갈 대표팀 공격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
AFP=연합뉴스
마지막까지 반전은 없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자신의 마지막 유럽 축구선수권대회 무대였던 유로 2024에서 초라하게 퇴장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함부르크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유로 2024 8강전에서 정규시간과 연장전 동안 0-0으로 승부를 가리지못 하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3-5로 패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포르투갈은 내내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저조한 경기력에 그쳤다. 조별리그에서 체코와 튀르키예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었을 때만 해도 순항하는 듯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는 단 1골도 넣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약체 조지아게 0-2로 충격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16강에서는 슬로베니아와 0-0 무승부를 기록하고 승부차기 끝에 겨우 신승하며 간신히 8강에 올랐다. 이어 또다른 우승후보인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도 포르투갈은 골문을 여는 데 실패하고 2경기 연속 승부차기를 치르는 혈전 끝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포르투갈의 부진과 조기탈락에는 주장이자 에이스인 호날두의 지분이 적지않았다. 3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포르투갈이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조지아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4경기에서는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고 출전시간은 무려 486분에 달한다.
하지만 호날두는 5경기에서 총 23회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호날두가 포르투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12경기 130골을 넣는 동안, 메이저대회(유럽선수권대회, 월드컵)에서 단 한 골도 넣지못한 것은 이번 유로 2024가 사상 처음이었다.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PK 1골)까지 포함하면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필드골 제로(0)다.
잘나가던 호날두의 추락
호날두는 이번 대회까지 유럽선수권대회에만 총 6차례 출전해 30경기에서 14골 8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 모두 대회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호날두는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자신의 '마지막 유로'라고 공언했고 지난 유로 2016에 이어 두 번째 우승으로 명예롭게 마무리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그러나 유로 2024에서 호날두가 올린 공격포인트는 조별리그 2차전인 튀르키예전에서 올린 도움 1개가 전부였다.
포르투갈 붙박이 선발 공격수인 호날두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 시도는 물론이고, 세트피스 전담 키커도 독점할 만큼 득점에 강한 욕심을 드러냈으나, 전성기와 같은 결정력은 더 이상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슬로베니아와의 16강전에서는 결정적인 PK까지 실축해 하마터면 패배의 결정적인 원흉이 될 뻔했다. 실축 이후, 이례적으로 눈물을 펑펑 흘리는 호날두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나마 슬로베니아전에서는 골키퍼 디오고 코스타가 승부차기에서 3번의 선방쇼를 선보이는 맹활약으로 호날두와 포르투갈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하지만 다음 경기였던 프랑스전의 승부차기에서는, 다섯 명의 키커를 단 한 번도 막지 못하며 두 번의 기적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가 된 프랑스전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전반 40분 포르투갈은 프랑스 박스 근처에서 세트피스 찬스를 얻어냈다. 많은 이들은 당연히 이번에도 호날두가 프리킥을 찰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호날두가 심호흡을 하며 킥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페르난데스가 킥을 처리했다. 페르난데스의 킥은 골문을 벗어났고, 호날두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미리 약속된 플레이가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한편으로 이제는 팀 동료들에게도 호날두의 득점력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와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가 호날두의 국가대표 은퇴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호날두의 스피드와 운동능력, 골결정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무뎌졌다. 기량은 예전같지 않은데 이기적인 플레이와 탐욕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료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이나 희생정신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호날두의 노쇠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기 시절인 2022년경부터다. 당시 호날두는 맨유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데 불만을 품고 이적을 요구하며 구단과 갈등을 빚었고, 태업을 거듭하며 팀 분위기를 흐렸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가능한 빅클럽으로의 이적을 원했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고 선수로서 나이가 많았다. 게다가 이기적인 행태로 팀워크까지 해치는 호날두를 원하는 유럽팀은 더 이상 없었다. 결국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호날두는 맨유에서 쫓겨나듯 방출당해 한동안 무적 신분이 됐고,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로 이적해야 했다. 잘못된 처신 하나로 호날두의 찬란하던 유럽 커리어가 허무하게 종지부를 찍는 시점이었다.
'유종의 미' 노렸지만...
그의 하락세는 대표팀에서의 경기력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호날두는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으나 PK로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김영권의 동점골을 등으로 어시스트해준 꼴이 돼 국내 팬들로부터 '한반두'라는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포르투갈은 모로코에 덜미를 잡혀 8강에서 탈락했다. 호날두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카타르월드컵에서 탈락하자 당시에도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호날두는 사우디리그로 이적한 이후 2023-24시즌 49경기에서 무려 50골을 터뜨리며 어느 정도 폼을 회복했다. 이미 클럽무대에서 유럽과 멀어진 호날두는 마지막으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경력에 집착했다.
그러나 사우디리그와 유럽선수권대회는 차원이 다른 무대였다. 변방리그에서 자신이 모든 공격의 중심이 됐을 때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호날두의 노쇠화는, 더 강력한 피지컬과 전술을 갖춘 유럽팀들을 상대로 여지없이 밑천을 드러냈다.
현재로서 호날두가 2년 뒤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년 뒤가 되면 호날두의 나이는 어느덧 41세가 된다. 호날두는 전성기 때도 메이저대회 토너먼트에서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데다, 지난 카타르월드컵과 유로 2024에서 연이어 최악의 폼을 보여준 것을 고려하면,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슈퍼스타라도 누구나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호날두는 과도한 탐욕과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자기 발목을 잡으면서 말년에 급격한 몰락을 겪는 모습이다. 최악의 모양새로 마지막 유럽선수권대회를 마감하게 된 호날두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라스트 댄스'를 기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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