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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돌풍' 현실에서도 돌풍 기미 보인다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돌풍>

24.07.05 09:28최종업데이트24.07.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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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돌풍>이 공개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치 드라마라서 반갑기도 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야심 차게 내놓았던 작품들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는 흥행의 돌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돌풍>을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더구나 정치 드라마라서 모 아니면 도겠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장르물 중에서 가장 재미있기 어려운 것이 바로 정치 스릴러가 아닐까 싶다. 스토리를 견고하게 짜지 못하면 어설퍼지기 십상이고 자칫하면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미화하는 편향된 색채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출연진을 보고 나서 봐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김희애, 설경구 주연이라니 일단 연기력은 보장된 듯했고, 게다가 둘의 대립이 주된 내용인지라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대통령 시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외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첫 화부터 우려는 가뿐하게 사라졌다. 총 12부작인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시간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이틀에 걸쳐서 시청을 완료하기는 했지만, 마음먹고 보면 충분히 하루에 다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돌풍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현대 정치사를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등장하는 대통령과 총리 등 정치인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마치 실제 역사의 흐름에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대사의 굵직했던 사건 사고들이 줄거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덕분에 이 드라마는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 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보다 보면 과거부터 있어왔던 특정 정치인과 사건 사고들이 오버랩된다. 최고 권력자의 시해, 군부 독재의 폐단,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변절은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 이슈라 할 수 있는 탄핵까지. 새롭게 각색된 줄거리 속에서 마주하는 기시감은 묘한 불쾌감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해 주었다.

캐릭터 구축에도 공을 들인 티가 난다. 등장인물 중 어느 누구도 특정한 사람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소위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여러 명의 정치인들을 복합적으로 섞어놓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한쪽을 대놓고 편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양쪽을 다 비판하는 듯한 영리한 구성은 시청자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결국,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이 드라마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면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버리지 않고, 지금의 정치를 다시 바라보게 해 준다. 혼란 그 자체인 현재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다줄 돌풍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판을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든 일이다. 혁명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 역시 마지막 회의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바람이 갑자기 몰아치지 않는 한 세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갈등과 혐오가 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익과 소모적인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올 뿐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에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민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주목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계속해서 흥행이 부진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실망하고 있었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또한 현실 정치판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면 더욱더 추천하는 바이다. 배우들의 열연과 작가가 이끌어가는 촘촘한 서사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부디 이 드라마가 큰 흥행 돌풍을 일으키길 바란다. 더불어 그 바람이 멈추지 않고 현실에서도 시원한 돌풍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페이스북, 브런치, 얼룩소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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