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은 달라진 자신의 수업방식을 설명하면서 "1등급을 약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tvN
"약속 못하죠.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결과까지는 약속 못 드린다는 뜻이에요. 공부는 제가 아니라 애들이 하는 거니까."
준호와의 스캔들이 터지고 위기에 몰려있던 혜진은 14회 자신을 찾아온 학부모들을 만나 달라진 자신의 수업방식을 설명한다. 이에 한 학부모는 "1등급을 약속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혜진은 위처럼 답한다. 학부모들은 '책임지지 못한다'는 말에 분노하지만, 나는 혜진의 '책임지지 않는 태도'야말로 부모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이의 삶=부모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물론 부모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돌봐줄 '책임'은 져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삶은 오롯이 아이의 것이다. 학교도, 전공도, 직업도 아이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이를 선택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함께 고민해주고, 조언해줄 수는 있지만, 최종 선택은 아이의 몫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아이의 몫이다. 아이를 지켜봐 주고 지지해주며, 힘들 때 함께 견뎌주면서 어른으로서 부모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인 것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삶을 책임지느라 자신의 삶을 소홀히 하고 아이와 갈등을 겪는다. 상담실에서 나는 이런 부모들을 너무도 많이 만나왔다. 나는 우리가 아이들을 혜진처럼 대했으면 좋겠다. 옳다고 여기는 걸 가르쳐주지만, 그것을 해내는 건 아이들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이제야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졸업'이었는지 알 것 같다. 드라마는 준호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혜진이 '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졸업'의 의미는 아마도 두 주인공이 투사된 욕망으로부터 '졸업'한다는 의미였을 테다.
동시에 분명히 보여줬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부모 세대의 욕망으로부터 '졸업'하는 것임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이 먼저 어떤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었고, 어떤 것이 주입된 욕망이었는지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 속 괜찮은 어른들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일치성을 실천했듯 말이다.
16회 혜진의 제자였던 하율(김나연)은 이렇게 말한다.
"진짜 감사했다고, 저더러 뭐든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애라고 해주셨던 거. 꼭 기억하겠다고."
우리 아이들 모두도 그렇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이제는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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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