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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즈 실패-리빌딩 기로, SK 전희철 2기에선 달라질까

[주장] 전희철 감독과 동행 이어가는 서울 SK 나이츠, 실패 만회해야

24.06.14 15:50최종업데이트24.06.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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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가 전희철 감독과의 동행을 이어간다. SK는 지난 6월 13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하여 "전희철 감독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합의하에 연봉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농구계에서는 현역 사령탑중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출신이었던 전희철 감독은 대구 동양(해체)-전주 KCC(현 부산)를 거쳐 현역 말년인 2003년 SK에 트레이드로 입단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SK에서 5시즌을 보내고 은퇴한 전 감독은, 전력분석원과 운영팀장, 2군 감독과 1군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 마침내 SK의 감독으로 취임하며, 선수-프런트-지도자를 아울러 무려 21년째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김주성 원주 DB 감독, 추승균 전 KCC 감독, 양동근 울산 현대모비스 수석코치 등과 함께 단일팀 최장기간 근속기록이기도 하다. 전 감독이 SK와의 두 번째 계약기간을 모두 완주하면 무려 24년이 된다. 다른 이들이 모두 KBL 역사에서 원클럽맨의 상징같은 인물들임을 고려할 때, 전희철 감독은 현역 시절 말년이 되어서야 처음 인연을 맺은 SK에서 어느덧 구단의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거듭났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희철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감독으로서 첫 공식 대회였던 2021년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2021-2022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40승 14패)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으로 감독 첫해부터 '트레블(3관왕)'을 이뤄냈다. 2022-2023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36승 18패)를 기록하며 챔프전에서 안양 정관장과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준우승을 이뤄냈다. 
 
2023-24시즌에도 4위(31승 23패)를 기록하며 전희철 감독은 3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월 10일 정관장전에서는 전희철 감독의 통산 최소경기(147경기) 100승 (역대 21호)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클럽농구대항전인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서는 2년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러한 전희철 감독의 놀라운 성공 가도에는 시작부터 역대급 '선수복'도 따랐다. 전희철 감독이 부임할 당시, 이미 SK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자밀 워니를 비롯하여 국가대표 김선형과 최준용(현 KCC), 안영준 등 초호화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전 감독의 성공이 선수들의 이름값에만 묻어간 것은 결코 아니다. 워니는 전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시즌에는, 개인사와 슬럼프로 부진에 빠지며 퇴출 위기에 몰려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 감독의 신뢰와 설득으로 재계약을 맺은 이후 다시 부활에 성공하며 SK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최준용과 김선형도 전희철 체제에서 번갈아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며 빛을 발했다. 개성강한 스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하는 것은 엄연히 감독의 능력이다.
 
하지만 막을 내린 지난 2023-24시즌은 전희철 감독과 SK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은 시즌이었다. 전시즌 준우승 멤버들이 건재한 가운데, 특급 토종빅맨 오세근까지 FA로 영입하여 '슈퍼팀'을 구축하며 정상탈환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예상외로 지지부진한 행보를 거듭한 끝에 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슈퍼팀 라이벌로 꼽혔던 KCC에게 3전 전패로 무기력한 업셋을 당했다. 오세근을 영입하기 위하여 사실상 재계약을 포기했던 최준용에게 일격을 당했다는 것도 뼈아팠다. KCC는 SK를 완파한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결국 KBL 최초로 5위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최준용은 KCC로 이적하면서 자신을 붙잡지 않았던 전 소속팀 SK를 향하여 '노인즈'라고 뼈있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SK 주전선수들의 연령대가 지나치게 고령화되었다는 약점을 비꼬는 표현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준용의 저격은 들어맞았다. 37세의 오세근이 SK 이적 이후 급격한 에이징커브 조짐을 드러내며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고, 36세의 김선형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시즌 SK가 슈퍼팀에서 워니의 원맨팀'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올시즌 SK가 무조건 우승에 올인한 전력구성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인즈 프로젝트'는 실패한 셈이다.
 
2기를 맞이한 전희철 감독은 어느덧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이하여 노쇠화된 팀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우승을 여러 차례 차지했던 명장들에게도 어쩌면 윈나우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 바로 리빌딩이다.
 
맏형 격인 허일영과 송창용이 팀을 떠났지만 주력멤버들은 그대로다. 워니가 아직 전성기에 있고 오재현과 안영준, 최원혁도 건재하지만, 노장인 오세근-김선형-최부경은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는 게 우려된다. 외곽슈터과 3번 수비에 공백이 생겼는데 전력보강은 김지후와 장문호 정도가 전부다.
 
전임 문경은 감독에게 애런 헤인즈라는 '영혼의 파트너'가 존재했듯이, 전희철 감독도 사령탑 데뷔 이후 줄곧 워니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다. 다만 문경은 감독이 헤인즈없이는 성적을 낸 경우가 전무하여 '문애런'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것처럼, '전워니'로 불리우는 전희철 감독 역시 워니가 없었으면 그 정도 성적을 낼수 있었겠느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고전했던 2023-24시즌에는 팀스타일을 '수비농구'로 빠르게 전환에 성공하며, 선수에만 의존하지 않는 유연한 전술적 역량을 증명한 바 있다. 또한 수비력에 비하여 슛없는 가드로 약점이 뚜렷하던 오재현을 리그 정상급 가드로 키워내면서 김선형의 부상 공백기간을 잘 메워내는 육성능력도 보여줬다. SK 구단이 지난 시즌의 다소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희철 감독의 능력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재계약을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전희철 감독은 재계약 직후 구단을 통해 "다시 한 번 SK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성적과 유망주 육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팀을 발전시켜 SK를 한국 최고의 농구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임기 내 우승을 넘어 SK를 명문구단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전희철 감독의 2기는 노인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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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철감독 서울SK 자밀워니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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