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고질라 마이너스 원> 관련 이미지.
넷플릭스
한국에서 가장 찬밥 대우받는 영화 장르를 하나 꼽으라면 당연 괴수물이다. 마찬가지로 인기가 없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보다도 심하다. 그나마 스페이스 오페라는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으고 관심을 환기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니까. MCU와 결합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듄> 시리즈, 이정재가 출연한 디즈니+ <에콜라이트> 등.
그에 반해 괴수물은 반등 포인트조차 잡지 못하는 중이다. 봉준호의 <괴물>, 피터 잭슨의 <킹콩>,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 정도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흥행 성적을 낸 경우가 많지 않다. 이름값으로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고질라> 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할리우드가 만든 몬스터버스의 <고질라> 시리즈만 해도 최근에는 100만 관객 돌파도 버거워한다.
그래서일까? 고질라 시리즈 70주년 기념작 <고질라 마이너스 원>의 국내 개봉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시각효과상을 받고, 북미에서만 5642만 달러를 벌며 역대 북미 개봉 비영어권 작품 사상 3위의 흥행을 기록했는데도.
그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6월 1일에 느닷없이 한국에 상륙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접한 <고질라 마이너스 원>의 첫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괴수물로서의 매력은 출중했다. 괴수물이 흔히 간과하는 인간 캐릭터의 스토리도 몬스터버스가 배워야 할 정도로 탄탄했다. 하지만 <고질라 마이너스 원>의 뒷맛은 그리 개운하지가 않다. 일본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가 의심을 자꾸 키우기 때문이다.
괴수물로서는 합격
괴수물로서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합격점을 주고도 남는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수상작이라기에는 어색한 CG가 종종 보인다. 일례로 긴자 습격 장면에서는 고질라가 배경과 분리되는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숨겨지지 않는다. 또 고질라가 방사열선을 내뿜기 전에 등지느러미가 발광하면서 돌출될 때도 미니어처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질라의 외형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할리우드 표 고질라는 동물의 움직임을 본 딴 모델링을 토대로 움직임을 구현했다. 반면에 이번 고질라는 특촬물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인지는 두 발로 직립 보행한다. 할리우드의 자연스러운 CG를 선호하느냐, 아니면 일본의 고질라 시리즈를 오마주 했다고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지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색한 CG는 금세 잊힌다. 비록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고질라의 분위기가 압도적이기 때문. 오오도 섬에서의 첫 조우, 긴자 습격 시퀀스, 바다에서의 마지막 결전까지.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꺾을 수 없는 괴수의 아우라를 제대로 각인시킨다.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2014)>처럼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 고질라가 방사열선을 쏜 후 열폭풍과 검은 비가 이어지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가장 고질라스럽다. 본래 고질라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과 비키니섬 핵실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존재니까. 모든 <고질라> 시리즈가 핵을 비롯해 인류가 개발한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실제 핵폭발을 보는 듯한 경험은 이 메시지에 다시 한번 힘을 더해준다.
드라마는 기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