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맥스가 무기상인을 박살 내는 순간을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워보이의 피주머니가 되어 자동차 앞에 매이느라 제대로 활약할 시간이 없던 맥스가 단독으로 무용을 뽐낼 순간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뿌연 안개 속에서 터지는 폭발 하나로 요약됐다. 맥스는 총과 폭탄을 든든하게 전리품으로 챙겨왔지만 호들갑을 떠는 대신 다른 사람의 피가 묻은 얼굴을 우유로 씻어내고 다시 트럭에 탄다. 말은 줄이되 행동을 늘린 '생략의 미학'이 <분노의 도로>를 21세기 최고의 액션영화 반열에 올렸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퓨리오사가 임모탄이 신뢰하는 장군이 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리라 예상했지만, 생략의 미학이라는 범주 내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항목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임모탄과 디멘터스가 전면전을 치르며 가장 격렬한 액션을 뽑아낼 수 있을 아이템인 '사막의 40일 전쟁'조차 짧은 몽타주로만 처리했다. 퓨리오사는 전공을 쌓을 계기조차 없이 이미 전황이 결정되어 임모탄에 패배한 디멘터스가 꽁무니를 빼는 와중에 참전해 그를 맹렬히 추적한다.
이처럼 <퓨리오사>는 의도적으로 퓨리오사의 성공 신화를 우회한다. 연출적으로 생략의 미학을 부각하려는 연장선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퓨리오사가 임모탄의 영웅이 될수록 주제 의식과는 멀어지는 탓이다. 퓨리오사의 목적은 어머니를 죽인 디멘터스(크리스 헴스워스)에 대한 복수와 녹색의 땅으로의 귀환이지 시타델에서의 출세가 아니다. 전공을 쌓고 인정받으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납치된 후 장장 7000일을 헤아리며 간절히 구원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성공 신화를 피하는 결정은 관객을 구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농반진반 임모탄을 추앙하는 의견도 보인다. 무법지대에서 시타델, 무기농장, 가스타운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참 경영인이자 동시에 근본 없는 퓨리오사를 장군으로 중용하는 눈 좋은 관리자라는 말이다. 자원독점, 여성과 청년의 대상화와 착취, 폭력을 앞세운 가혹한 통치가 벌어지는 지옥 같은 환경을 직시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디멘터스와 임모탄의 대결에서 퓨리오사가 의도치 않은 활약을 했다면 총지휘관인 임모탄을 숭배하는 더 많은 워보이가 현실에서 양성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퓨리오사의 힘, 외면하지 않을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