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혁 한화 이글스 전 대표이사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로서 더욱 부끄러운 기록은, 2017년 김성근 감독을 비롯하여 한용덕-수베로-최원호까지 무려 4명의 감독이 연속으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중도 낙마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한화의 암흑기와도 일치한다.
범위를 더 넓히면 한화 지휘봉을 잡고 명예롭게 물러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1986년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한 한화는 초대 배성서 감독을 시작으로 최원호 감독까지 총 13명의 사령탑이 팀을 거쳐갔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명이 성적부진으로 계약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경질 당했다. 더구나 6명중 강병철 감독(1998년 7월 경질)을 제외한 나머지 5명(한대화, 김성근, 한용덕, 수베로, 최원호)은, 모두 한화의 암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대 이후의 감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는 2008년부터 최근 16시즌간 가을야구에 나갔던 것은 단 1번(2018년, 3위) 뿐이다. 이 기간동안 꼴찌만 무려 8번이나 기록했고, 3할대 팀 승률을 기록한 것이 7번이었다. 그동안 한화는 무려 7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가는 혼란기를 거쳐야했다.
이 기간 한화 감독으로 계약기간을 채운 것은 그나마 김인식(2005-2009)과 김응용(2013-2014), 두 명 뿐이다. 하지만 이 두 감독 모두 계약 마지막해 팀 성적이 꼴찌에 그치며 중도에 경질되는 것만 피했을 뿐 당연히 재계약에는 실패했기에, 사실상 명예롭게 물러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한화의 역대 감독 리스트를 보면,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라는 것이 두드러진다. 김인식-김응용-김성근 등 '이름값'에서 손꼽히는 노장에서부터, 한화 레전드(한용덕), 연고지 출신(한대화), 외국인 감독(수베로), 자체 육성을 통한 내부 승격(최원호)까지 그야말로 온갖 방식을 다 동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정작 구단이 추구하는 확고한 방향성이나 철학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빌딩을 추구하기 위한 감독을 데려왔다가 2, 3년 내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윈나우로 방향을 틀어버리고, 자율야구와 육성에 능한 감독을 모셔왔다가, 그 다음에는 갑자기 올드스쿨형 강성 감독을 데려오는 등, 구단 운영이 장기적인 비전 없이 한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 일쑤였다. 결국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비난과 책임은 모두 감독이 혼자 뒤집어써야만 했다.
다른 구단이나 보직에 있었을 때는 제법 유능하다고 평가받았던 인물들도, 왜 한화 1군 감독만 되면 왜 하나같이 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는 것일까. 이것이 감독 개인의 자질 문제인지에 대한 분명한 성찰이 필요하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수많은 감독들을 데려오고도 뚜렷한 성과도, 팬들이 이 감독을 그리워하거나 재평가할만한 추억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은, 한화 구단이 뼈아프게 새겨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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