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 켈리(2023.11.7).
연합뉴스
LG에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40승을 기록했던 헨리 소사라는 검증된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소사는 시즌 15승을 보장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LG 유니폼을 입은 후 4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발군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더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LG는 2018 시즌이 끝나고 소사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LG가 소사 대신 영입한 투수는 빅리그 4년 동안 26경기에 등판해 2승11패 평균자책점5.46을 기록했던 켈리였다. 켈리는 2019년 29경기에서 180.1이닝을 던져 14승12패2.55를 기록하며 LG와 재계약한 타일러 윌슨과 함께 28승을 합작했다. 특히 24번의 퀄리티스타트는 김광현(SSG랜더스)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켈리의 영입과 함께 LG는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 온 '꿈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2018년과 2019년 355이닝을 책임지며 23승을 기록했던 윌슨은 2020년 10승8패4.42로 주춤했다. 하지만 켈리는 흔들림 없이 28경기에서 173.1이닝을 던지며 15승7패3.32의 호성적으로 LG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특히 10월 9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KBO리그에서의 첫 완투승을 완봉으로 장식했고 시즌 마지막 8경기에서 무려 7승을 따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팀이 순위싸움을 하는 후반기에 강한 것은 외국인 투수로서 엄청난 장점이었다.
켈리는 2021년 외국인 투수 파트너가 윌슨에서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로 바뀐 후에도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수아레즈가 평균자책점2.18이라는 뛰어난 투구내용에 비해 잦은 부상으로 23경기에서 115.1이닝 소화에 그친 것과 달리 켈리는 2021년 30경기에 등판해 177이닝을 던지며 13승8패3.15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LG 입단 후 3년 동안 42승을 기록한 켈리는 소사를 넘어 LG의 역대 외국인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2022년은 켈리의 전성기였다. 애덤 플럿코와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한 켈리는 27경기에서 166.1이닝을 던지며 16승4패2.54의 기록으로 다승 1위에 올랐다. 6월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역대 외국인 투수들 중 최소경기(99경기) 50승 기록을 세웠고 2001년의 신윤호 이후 21년 만에 LG에게 다승왕 타이틀을 안겼다. LG 구단 최초의 외국인 다승왕 켈리가 2023 시즌을 앞두고 180만 달러에 재계약을 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최다패-최다실점-최다피안타' 굴욕의 켈리
하지만 켈리는 180만 달러의 몸값을 받은 작년 시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켈리는 작년 전반기 18경기에서 6승5패4.44로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며 팬들을 걱정시켰다. 하지만 LG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플럿코와 토종에이스로 거듭난 임찬규, 그리고 타선의 폭발로 선두를 유지하면서 켈리가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리고 켈리는 후반기 12경기에서 4승2패2.90을 기록하며 본 모습을 회복했다.
LG가 19년 만에 선 2023년 한국시리즈는 켈리의 독무대였다. 켈리는 플럿코의 조기귀국으로 외국인 투수가 1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1차전 6.1이닝2실점1자책, 5차전 5이닝1실점 호투를 기록하며 2경기 1승1.59의 성적으로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켈리는 가을야구 통산 7경기에서 3승1패2.20으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지만 정규리그의 아쉬운 성적으로 30만 달러 삭감된 150만 달러에 2024년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시즌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켈리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로 전반기 성적과 투구내용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 켈리는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승6패5.72로 전혀 '켈리답지 못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켈리는 74개의 피안타와 41실점,36자책점, 피안타율(.319)까지 모두 리그 불명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6패 역시 엄상백(kt 위즈)과 함께 시즌 최다패 공동 1위다.
켈리는 21일 한화전에서도 5이닝을 채운 게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진한 투구를 했다. 1회부터 안치홍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며 경기를 시작한 켈리는 5회까지 투구를 하면서 2회를 제외한 매 이닝 점수를 내줬다. 특히 통산 932.1이닝을 던지면서 사사구가 281개에 불과했던 켈리는 이날 볼넷 4개와 몸 맞는 공 하나를 허용하며 무려 5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켈리의 최대장점 중 하나인 날카로운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시즌 개막 두 달이 되도록 부진에서 탈출한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는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켈리는 LG 유니폼을 입고 통산 69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LG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에이스 투수다. 여기에 LG가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도 4승2패5.37로 만족스런 투구내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LG가 부진이 길어지는 에이스 켈리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