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이 2024년 5월 2일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3세 이하 AFC 카타르 2024 아시안컵 3-4위전 이라크와 인도네시아의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의 파리올림픽 도전이 아쉽게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5월 9일(한국시각) 프랑스 클레르퐁텐에서 열린 기니와의 '2024 파리올림픽 남자축구 대륙 간 플레이오프(PO)'에서 0-1로 석패했다.
인도네시아는 두 번의 페널티킥을 내주는 불운 속에서도 단 1실점만 내주며 선전했지만 골결정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니에게 무릎을 끓었다. 신태용 감독은 두 번째 PK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경고를 연이어 받고 퇴장 당했다.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을 꿈꿨던 인도네시아의 도전도 아쉽게 막을 내렸다.
U-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4위에 오른 뒤 PO에서 인도네시아를 잡은 기니는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기니가 마지막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이번 올림픽 남자축구에 나설 16개국이 모두 확정됐다.
개최국 프랑스를 필두로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스페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모로코, 이집트, 말리, 뉴질랜드,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일본,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기니가 참가한다. 한국은 U-23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게 패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됐다.
인도네시아 '축구영웅'된 신태용 감독
비록 올림픽 티켓은 놓쳤지만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축구영웅'으로 등극했다. 신 감독은 2019년 12월,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4년여간 인도네시아 축구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도자로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신 감독은 능력에 비하여 그동안 저평가받은 대표적인 국내파 감독 중 한 명이다. 신 감독은 선수시절에는 K리그 최초의 60-60(득점-도움) 클럽을 이룬 레전드였고, 지도자로서도 성남FC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 한국축구 각급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FIFA U20 월드컵-올림픽-성인 월드컵 본선 등 메이저 대회 국가대항전을 모두 경험했을 만큼 국내 지도자 중 손꼽히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축구는 신 감독에게 성과에 걸맞는 합당한 평가와 대우를 해주지 못했다. 신 감독은 연령대별 대표팀(U23, U20)에서 A팀까지 국가대표팀 '3연속 소방수' 투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한국축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투입되어 단기간에 팀을 재건하려 했고 나름의 성과도 남겼지만 평가는 늘 박했다. 일부 팬들은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신 감독을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다.
신 감독은 지난 2017년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탈락 위기에 놓여있던 대한민국을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과도한 비난 여론과 히딩크 재부임설, 잦은 실언, 본선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등으로 내내 비난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신태용호는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탈락했지만 최종전에서 디펜딩챔피언이던 독일을 잡는 '카잔의 기적'을 연출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당시 축구계에서는 월드컵 이후 신 감독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내파 감독에 대한 저평가가 극심했던 분위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렸다. A대표팀의 지휘봉은 이후 다시 파울루 벤투-위르겐 클린스만 등 외국인 감독들에게 연이어 돌아갔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신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