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스> 스틸 이미지.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우선 의상을 보자. 특히 두 주인공의 의상 말이다. 그들은 둘 다 전업주부지만 항상 '풀세팅' 상태다. 1960년대 미국의 빙퉁그러진 자화상 중 하나다. '여자라면 자고로 언제든 예쁘게 하고 있어야 한다'는 식인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잠자리에 들 때도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게 세팅한다. 하루 종일 단 한순간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정치부 기자 출신의 셀린은 당연히 정치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둘의 남편들이 꺼내는 수박 겉핥기식의 정치 현안 대화에 끼지 못한다. '감히 남자들의 대화에 어딜 끼냐'는 식이다. 참지 못해 대화에 껴서 박식함을 선보일라치면 '여자 치고 대단한데?' 식의 비꼬는 대답이 날아온다.
맥스가 죽은 후 셀린과 앨리스의 파탄난 관계와 개인들의 무너진 심리는 1960년대 당시 미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반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1960년대 들어 베트남 전쟁으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됐으며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다양한 종류의 반문화운동도 지속됐다. 곳곳에서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또 무너지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꽤 괜찮은 영화인 듯하나 막상 보면 당대와 맞물리는 해석까지 가닿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저 너무나도 친했던 두 여인이 큰 사고 후 반목, 시기, 의심, 갈등이 이어지며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감독은 분명 겉의 이야기와 속의 이야기를 잘 아울러 내보이려 했겠지만 말이다. '식상한 웰메이드' 정도가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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