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문동주
한화 이글스
심각한 위기에 빠진 한화 이글스에 '국가대표 에이스' 문동주의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문동주가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인 9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4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문동주는 피홈런 3개를 허용하는 등 3.1이닝 10피안타 9실점 2사사구로 크게 부진했다.
경기 초반부터 불안했다. 문동주는 1회초부터 1사 2, 3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김재환의 좌월 3점 홈런에 이어 양석환의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로도 세 타자를 더 출루시킨 문동주는 조수행에 1타점 희생플라이를 더 내줬다. 1회에만 33구를 던지며 타자 일순으로 5안타 2사사구 5실점를 허용했다.
다행히 한화 타선이 분발하여 3회말까지 6득점을 뽑아주며 5-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문동주는 타선 지원을 등에 업고 2-3회를 무실점으로 마치며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4회 들어 문동주는 또다시 크게 흔들렸다. 선두 조수행에게 초구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내준 것을 시작으로, 1사 3루에서 허경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내줬다. 이어 계속된 위기에서 문동주는 김재환에게 1회에 이어 우측담장을 넘기는 또 한번의 3점 홈런을 허용했다. 김재환은 이날 문동주를 상대로만 멀티홈런에, 2루타 하나를 더하며 장타 3개를 뽑아내는 악몽을 선사했다.
문동주는 결국 6대 9로 다시 두산에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4회를 마치지 못하고 강판됐다. 투구수는 75개였고 구속은 최고 157km을 기록했으나, 전반적으로 제구가 되지않아 공이 높게 몰리며 장타만 무려 5개나 허용했다.
9실점은 문동주의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신기록이었다. 문동주는 2023년 5월 13일 문학 SSG전에서 2.1이닝간 7실점을 허용한 것이 종전 기록이었다. 한 경기에서 피홈런을 3개나 내준 것도 2022년 5월 26일 두산전에 구원 등판한 이후 2년 만에 기록한 개인 통산 두 번째 최다 피홈런 타이 기록이었다.
소속팀 한화는 이날 두산에 7대 18로 대패하며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바로 전날 경기에서 두산을 제물로 6연패를 간신히 탈출했던 한화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찜찜한 대패로 한 주를 마감했다. 올시즌 야심차게 5강 진출을 노렸던 한화지만 현재 12승 18패를 기록하며 8위라는 저조한 순위에 머물고 있다.
올시즌 1승 2패를 기록한 문동주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6.56에서 8.78로 더 치솟았다. 26.2이닝간 무려 29실점(26자책점)으로 이닝당 1점 이상을 내주고 있다. 올시즌 문동주보다 더 많은 실점을 내준 투수는 SSG 랜더스의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22.2이닝 33실점 32자책, 평균자책점 12.71) 한 명 뿐이다. 최근 더거가 퇴출이 확정되면서 사실상 문동주가 최다 실점 1위다.
문동주는 지난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 및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국제대회도 참가하여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한화를 넘어 한국 야구의 차세대 에이스가 될 재목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문동주는 올시즌 혹독한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문동주의 공식 데뷔는 2022년이지만 당시 1군 등판은 28.2이닝에 불과했고, 풀타임 시즌은 2023년이 처음으로 신인왕 자격도 인정됐다. 사실상 풀타임 2년 차가 된 2024시즌, 시즌 첫 두 자릿수 승리로 가능하다는 기대가 무색하게, 문동주는 모든 면에서 성장보다 퇴행하고 있는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문동주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8일 SSG 랜더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4월 들어 5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9.97(21.2이닝 24자책)로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WHIP(이닝당 출루율)은 2.21로 그 더거(2.07)보다도 더 높다.
문동주는 1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1이닝 1실점으로 모처럼 반등하는 듯 했지만, 다시 지난 23일 kt 위즈전 4.2이닝 4실점에 이어 두산전 두 번째 등판에서도 연이어 무너지며 최근의 부진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매 경기 실점을 내줬고 6이닝 이상을 던지거나 퀼리티스타트는 아직 전무할 만큼 세부적인 경기내용도 좋지 않다.
문동주는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소속팀과 국제대회를 오가며 쉴틈 없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했다. 그 여파로 올시즌에는 구속이 하락했고 직구의 위력이 반감되며 제구력까지 흔들리고 있다. 상대팀 역시 문동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그만큼 철저히 분석하고 나오면서 투구 패턴이 간파당한 것도 부진의 원인이라는 평가다.
믿었던 문동주의 부진은 한화의 전력에도 설상가상이라고 할 만큼 큰 악재다. 한화는 시즌 초반 개막 10경기에서 8승을 거두며 반짝 돌풍을 일으켰으나. 최근 20경기에서 4승 16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순위가 급추락했다. 팀 타율 꼴찌(.252)를 기록하고 있는 타선도 타선이지만, 강점으로 꼽히던 선발야구의 힘이 떨어진 것도 원인이다.
문동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한화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제 몫을 해주는 투수는 리카르도 산체스(자책점 2.93) 정도인데,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칠 만큼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두산전에서는 오히려 산체스가 4.1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이번엔 타선 폭발덕에 간신히 패전을 면하기도 했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페냐는 팀 내 선발최다인 3승(3패)을 거두고 있지만 자책점이 5.02로 높다.
토종 선발진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문동주의 부진 속에, 가장 믿었던 류현진도 12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와 새로운 ABS(자동투구판독시스템) 적응에 애를 먹으며 1승 3패, 자책점 5.91이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19로 맹활약하던 5선발 자원 김민우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게되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는 악재까지 겹쳤다.
공교롭게 한화가 그동안 부진하던 타선이 최근 2경기에서 21안타 18득점을 터뜨리며 모처럼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마자, 이번엔 선발인 산체스와 문동주가 연이어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며 지독한 투타 엇박자는 계속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팀 성적과 별개로, 한화는 지난 28일까지 KBO리그 홈 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15경기'로 늘리며 뜨거운 흥행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의 한국 복귀와 개막 초반 선전같은 호재들이 이어지며 한화 팬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진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팀의 성적과 경기력은 이러한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랫동안 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응원하며 기다려준 한화의 '보살팬'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분발이 필요한 독수리군단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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