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 중
어도어(ADOR)
지난 월요일(4월 22일), 하이브(의장 방시혁)가 '경영권 찬탈 시도'를 이유로 자회사 어도어(대표 민희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수많은 아이돌의 비쥬얼과 콘셉트를 고안한 주인공이자 '뉴진스의 어머니'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와 배임 의혹으로 해임을 요구받은 상황에 많은 케이팝 팬이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민희진 대표는 4월 25일 침묵을 깨고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그림이 펼쳐졌다. 민 대표는 두 시간 넘게 하이브의 임원을 직접 거명하며 욕설과 반말을 하고,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멤버와의 대화를 언급하며 오열하기도 하는 등 흔히 기자회견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모든 발언과 행동은 밈(Meme)이 되다. 코너로 몰리는 듯 보였던 민 대표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을 크게 뒤집었다.
이날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데뷔 전부터 홀대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뉴진스의 컴백에 대한 걱정 역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뉴진스의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 공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감사를 발동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하이브를 비난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7일, 예정대로 뉴진스의 신곡 '버블 검'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민희진 대표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지난해 발표된 EP의 수록곡 'New Jeans'를 연출한 이영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Hype Boy'와 'Attention', 'Ditto' 등 뉴진스의 주된 히트곡을 만든 프로듀서 250이 이번에도 작곡과 프로듀싱을 도맡았다.
"안녕 나는 혜인이야. 오늘은 내가 비눗방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줄게"라는 멘트와 함께 뉴진스의 막내 혜인이 뮤직비디오의 문을 연다. '버블 검'의 뮤직비디오는 뉴진스가 'Attention'부터 이어온 'Y2K'의 정서를 이어가면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캠코더로 촬영한 저화질의 화면, VHS 비디오 테이프, 아이맥 컴퓨터, 초록색 팬선풍기, 구슬치기 등 과거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요소들이 그 예다.
'Ditto'가 그랬듯, 한국적인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뉴진스의 다섯 멤버는 해외 대신 제주도의 해변과 평원을 거닐며 행복한 청춘의 나날을 보낸다. 아무렇게나 자른 듯한 단발머리를 한 채 풍선껌을 부는 하니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기에 그지없다. '뉴진스의 아버지' 250이 만든 음악 역시 노골적으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야마시타 타츠로 등 일본에서 사랑받았던 7~80년대 시티팝 음악을 떠올리게 만드는 신시사이저, 플롯 소리가 귀에 다가온다.
"이미 우린 저기 멀리 높이 있는 풍선같이 Have you right here In a basket"
'너 나랑 친구 할래?'라는 혜인의 목소리, 그리고 귀여운 비눗방울과 함께 뮤직비디오는 마무리된다.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뮤직비디오와 달리,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하이브는 반박 자료를 발표하는 등, 공방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 대표와 뉴진스의 동행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버블 검'의 뮤직비디오 속에는 어떠한 갈등과 근심도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이 낙관주의가 현실의 진흙탕 싸움과 대비를 이루면서, '버블 검'의 선율과 뮤직비디오는 더욱 유토피아처럼 다가온다. 뮤직비디오 속 소녀들의 유토피아는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뉴진스는 다음 달 '버블 검'이 포함된 싱글 'How Sweet'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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