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 속에서의 살인역할 놀이를 완수해야만 하는 쏠랑주는 동생(마담)에게 독이 든 차를 준다.
연극문화공동체DIC
여주인에게 자꾸 차(독)를 권하는 끌레르와 먹을 듯하면서 마시지 않는 여주인의 밀당을 바라보는 관객이 과연 어느 쪽을 바랐는지 불현듯 궁금하다. 관객은 자신을 어느 쪽에 세워 두었을까? 여주인(지배 계급)이었을까, 아니면 하녀들(피지배 계급)이었을까. 그저 바라보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상관없이 그저 바라만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이 어느 쪽에 더 감정이입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관객이 ('연극문화공동체 DIC'가 만든) 장 주네의 <하녀들>이라는 작품에 경도되었다는 것은 무대가 끝난 후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한 관객은 연극이 끝나자마자 '멋지다!'라고 내뱉었고, 다른 관객은 '너무 좋은데!'라고 옆 사람에게 중얼거렸다. 중간중간 지루했고 졸음이 왔다는 관객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하녀들>이라는 무대를 충분히 흡수하고 즐긴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나는 느꼈다).
그런 분위기를 이끈 일차적인 힘은 배우에게 있었다고 본다. 쏠랑주와 끌레르 그리고 마담(여주인)으로 이루어진 세 명의 출연진들은 장 주네의 희곡이 표방하는 바를 정확히 묘사하려 했고, 또 그것을 목표로 했을 연출의 의도대로 온 힘을 다해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세 명의 배우 간에 연기적 격차가 좀 있었고, 호흡과 호흡 간에 더 긴밀한 교환이 필요했으며, 그래서 결론적으로 완벽한 앙상블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일반 관객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기에 일단은 꽤 성공적인 무대였다고 본다.
'광주연극제'에서는 이번 '공연일번지'(소극장)보다는 넓은 무대(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했고, 그림자라고 불리는 배우 1, 2가 있었다. 그러니까 '연극문화공동체 DIC'는 소극장용으로 대본을 다시 각색해서 연습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런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가진 연극 무대를 보러 발걸음해서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집중한 관객에게 무엇보다 큰 박수와 감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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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글쓰기를 사랑하며 평화로운 삶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