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해인의 가족들은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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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난 선화
해인의 가족들은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살아왔다. 해인이 어렸을 때 해인과 함께 바다에 갔던 해인의 오빠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아마도 이 커다란 슬픔은 가족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에 큰 영향을 받은 인물이 바로 해인의 엄마인 선화다. 선화는 죽은 아들에 대한 슬픔을 살아남은 해인에 대한 미움으로 치환한다. 혼자서 살아 돌아온 해인을 "너는 뭐든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라며 돌보지 않는다. 그리고 막내아들 수철에게는 장남에 대한 애정까지 보태 과한 돌봄을 제공한다. 즉, 아이를 잃은 슬픔에 매몰된 채 그 감정들을 다른 자녀에게 투사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 결과 해인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뭐든 혼자 해결하며 외로워하고, 수철은 뭐든 다 해주는 어머니에게 의존해 무력감을 학습한다.
이렇게 닫혀버린 선화의 마음에 돌을 던진 건 해인의 시한부 선고다. 11회 해인의 병에 대해 알게 된 선화는 해인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선뜻 해인을 보러 가지 못한다. 그리곤 병원 비상계단에 앉아 이렇게 말하며 오열한다.
"참 한심하지. 내 마음이 힘들고 지옥이라고 그걸 내 새끼한테 풀다니. 그 어린 게 손을 내밀 때마다 안 잡아줬어."
이는 마침내 선화가 매몰되어 있던 슬픔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대사였다. 그러자 선화는 자신이 해인을 몹시 사랑해왔음을 깨닫는다. 또한, 해인에게 살가운 말을 건네고 건강에 좋은 식단을 준비해보려 하는 등 행동으로도 이 마음을 실천한다. 덕분에 해인의 가족은 12회 해인의 말처럼 "부모 형제도 알아보고 친해져"간다.
무력감에서 빠져나온 수철과 욕망에서 벗어난 다혜
이렇게 선화가 매몰되었던 슬픔에서 빠져나와 자녀들을 다른 방식으로 대하자 수철 역시 달라진다. 착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수철은 상처 입은 엄마의 '과잉보호'속에 자란다. 동시에 뭐든 똑 부러지게 잘 해내는 해인과 늘 비교하면서 '자신은 못났다'는 생각을 내면화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무력감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수철은 무력감에 갇혀 지낸다. 때문에 회사에 일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늘 겁을 먹으며 우왕좌왕할 뿐이다.
하지만, 어머니 선화가 변화하는 시점부터 수철도 달라진다. 수철은 이 무렵,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아마도 이는 스스로의 힘을 키워 진정으로 독립된 어른이 되고픈 오래된 마음의 실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12회 아내 다혜가 아들과 함께 돌아왔을 때, 수철은 가족들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아들이고 내 아내"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히 낼 수 있게 된다. 무력감에 갇혀 지내던 수철이 '나는 무능하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스스로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수철의 아내 다혜는 욕망에 매몰되어 있던 상태에서 벗어난다. 다혜는 스스로 말하듯 "착하고 멍청한 재벌 아들 등쳐서 한탕하고 싶은" 욕망에 수철과 위장결혼을 한다. 그리고 이 욕망을 실천하기 위해 은성, 슬희와 합심해 수철과 해인 가족을 골탕 먹이고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홀로 지내면서 다혜는 자신의 진심을 만난다. 자신이 진심으로 바랐던 건 돈이 아니라 수철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마음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수철에 미안해하며 돌아와 진심으로 사과한다. 욕망에 휩싸였던 마음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었고, 용기 있게 행동해 스스로를 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