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밤 행사.
영진위 제공
영화 강국들은 주요 영화제에서 경쟁적으로 리셉션을 개최해 자국 영화를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칸과 베를린에서 주로 개최된 '한국영화의 밤'은 해외 영화인들의 관심을 받았고, K-문화와 영화, 음식 등을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영진위에 따르면 2023년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열렸던 K-무비 나잇 행사에는 카를로 샤트리안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마크 페란슨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토론토국제영화제 아니타 리 수석프로그래머, 엘레나 폴라키 베니스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일본 이미지포럼 카츠에 토미야마 대표를 비롯하여 텔레필름 캐나다, 몽골영화진흥위원회, 필리핀영화진흥위원회 등 국내외 영화 제작자와 영화 산업 관계자들 400여 명이 함께 해 K-무비와 K-푸드를 즐겼다.
또한, 같은 해 5월 칸에서 개최됐던 K-무비 나잇에는 한국영화 초청작 관계자를 비롯하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왕빙 감독 등 국내외 영화인 약 600명이 참석해 칸에서 가장 '뜨거운 파티'로 남았다.
영화인들은 문화외교를 경시하는 태도라며 국가적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는 "칸영화제에서 한국은 형편이 어려워서 공식 리셉션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면 국제적인 망신인데, 칸에 간 영화인들이 얼마나 민망하겠냐?"고 말했다. 오는 5월 14일 시작되는 77회 칸영화제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초청된 상태다.
이탈리아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정란기 이탈치네마 대표는 "영화관계자들에게 좋은 자리인데 개최를 못한다는 게 아쉽고, 칸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의 밤 파티를 못 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영화인도 "영화외교는 외교가 아닌 모양이다"라고 했고, 이원우 감독은 "문화예술 전체의 세계화와 국제교류를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방해하는 느낌이다"라고 성토했다.
영진위 측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모든 축제성 예산이 삭감됐다"면서 "정부 안에서는 필요한 예산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올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칸에서 행사를 한 번 개최하려면 1억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