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 KCC 승리15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CC 선수들이 DB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변인데 이변같지가 않다. 정규리그 5위가 1위를 대파했는데도 오히려 충분히 그럴 만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어쩌면 역사상 가장 강한 5위팀을 꿈꾸는 '슈퍼팀' KCC의 기세가 그만큼 봄농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4월 1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부산 KCC가 원주 DB를 95–83으로 제압했다. KCC는 6강 PO부터 4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KCC와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 라건아가 34점 19리바운드의 원맨쇼를 펼치며 마치 전성기로 회춘한 듯한 활약을 선보였다. 전천후 포워드 송교창도 22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지원사격했다. 최준용이 15점, 허웅은 13점을 각각 보탰다. 플레이오프의 '언성 히어로'로 거듭난 켈빈 에피스톨라(7점 3어시스트 4리바운드)는 수비에서 정규리그 MVP인 이선 알바노를 효과적으로 틀어막는 수훈을 세웠다.
봄농구 판도 뒤흔드는 '슈퍼팀' KCC
KCC는 경기 시작부터 DB를 강하게 몰아쳤다. 여러 선수가 고르게 외곽슛을 터뜨리며 1쿼터에만 3점슛 6개를 앞세워 27-16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쿼터 5분여 만에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이 발목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라건아가 빈자리를 잘 메웠다. 라건아는 2쿼터에서만 13점을 몰아치며 DB의 추격 흐름을 막아냈고 KCC는 50-39로 전반을 마쳤다.
승부는 사실상 3쿼터에서 갈렸다. DB는 여전히 라건아의 골밑 공략을 좀처럼 제어하지 못 했고, 좌우에서 '더블 빅윙' 송교창과 최준용까지 연이어 득점에 가세하며 시종일관 KCC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졌다. 3쿼터 한때 양팀의 점수차는 21점까지 벌어졌다. 마지막 4쿼터 막판에 DB가 다소 점수차를 좁히며 기세를 올려 추격에 나섰으나 이미 기울어진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DB는 디드릭 로슨이 27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몸싸움과 속공에서 KCC의 파워풀한 플레이를 따라잡지 못 했다. 로슨과 '트리플포스트'를 이뤄야 할 강상재가 8점 4어시스트, 5리바운드, 김종규가 2점 3리바운드로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묶였다. 야전사령관 알바노는 12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으나 에피스톨라의 끈적한 수비에 페이스가 말리면서 공격의 활로를 잘 풀어내지 못 했다.
DB는 정규리그에서 41승 1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5위에 그친 KCC(30승 24패)와는 무려 11게임 차이였다. 맞대결 전적에서도 5승 1패로 압도했다. 국내-외국인 선수와 베스트5(알바노, 로슨, 강상재), 감독상(김주성)까지 대부분 DB의 독차지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와 정규리그는 달랐다. 주축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정규리그에서 힘을 쓰지 못 했던 KCC는 플레이오프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완전체' 전력을 회복했다. 6강플레이오프에서는 또다른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서울 SK를 3연승으로 손쉽게 업셋 앤 스윕했다. 3경기에서 평균 점수차가 무려 21.6점에 이를 만큼 일방적인 완승이었다.
정규리그에서의 성적차와 별개로, DB에게도 베스트 전력의 KCC라면 그리 상성이 좋은 상대가 아니다. 라건아, 이승현, 송교창, 최준용 등 높이와 스피드, 슛을 고루 갖춘 빅포워드 자원들이 풍부한 KCC는, 트리플포스트를 자랑하는 DB로서도 매치업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한 1차전에서는 장기간의 휴식으로 오히려 경기감각이 떨어진 DB가 초반부터 KCC의 거친 몸싸움과 활동량 등 에너지 레벨에서 현저히 밀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DB는 이날 리바운드싸움에서 KCC에게 24-42로 크게 뒤졌다. 김주성 DB 감독과의 플레이오프 첫 '사제대결'을 승리로 이끈 전창진 KCC 감독은 "수비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됐다. 초반 기싸움과 약속된 수비에서의 움직임이 좋았던 게 승인"이라는 비결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