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주)
지역주민, 상인, 업체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티가 역력하다. 보조금에 급급한 연예 기획사가 대행을 떠맡게 된 상황까지 들켜 버려 난감한 상태가 되었다. 일단 제대로 논의한 후 다시 오겠다며 이번 설명회를 접었다.
며칠 후 회의를 통해 적당한 절충안을 찾아냈다. 주민의 요구사항을 몇 가지 들어주는 척하면서 실속을 차리려는 심산이다. 두 직원은 심기일전해 다시 마을을 찾는다. 자신들의 무지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정중한 사과로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게 본심이었다.
한편, 전쟁 후 소작 개척민 3세대인 야스무라 타쿠미(오미카 히토시)는 딸 하나(니시카와 료)를 키우고 있다. 마을의 소소한 일을 도우며 생계를 꾸리는 심부름꾼이다. 가끔 딸의 하원을 깜빡하는 딸바보다. 하나는 놀이터인 숲에서 실컷 놀다가 돌아오는 일이 잦은데 그날도 먼저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대수롭지 않게 하나의 발자취를 쫓던 아빠는 딸의 실종을 알아채고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평화롭던 마을의 일상은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음악에서 파생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음악으로부터 파생된 영화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 '이시바이 에이코'의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을 기반으로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시바시 에이코가 의뢰한 영상을 하나의 영화처럼 기획했고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이시바시 에이코는 음악 영상을, 하마구치 류스케는 영화 음악을 선물받은 이색적인 협업이다.
영화라는 영상 언어에 머물지 않고, 영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했다. 영화 음악은 그저 부수적인 OST로 불리지 않는다. 음악도 나름의 주인공이다. 극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갖는다. 마치 하나의 영상으로 쓴 시, 영화로 만든 음악같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라이브 콘서트용으로 만든 무성 영화 편집 본 < Gift >까지 본다면 금상첨화다. 그가 선보이는 멀티장르이자 천재성까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역시나, 이야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