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두산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한화 특급 에이스 류현진
한화이글스
한화가 잠실에서 두산을 꺾고 5연패의 길었던 터널에서 탈출했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3-0으로 승리했다.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0일 두산전까지 서울 원정 6연전 중 첫 5경기를 모두 내주며 단독 1위에서 공동 5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던 한화는 이날 두산을 잡고 5연패에서 탈출하며 단독 5위로 올라섰다(9승 7패).
한화는 1회 1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린 노시환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5번1루수로 출전한 안치홍이 팀의 유일한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이날 한화에게는 연패탈출 만큼이나 기쁜 소식이 있었다. 시즌 개막 후 첫 3번의 등판에서 2패 평균자책점 8.36으로 부진에 빠졌던 '몬스터' 류현진이 6이닝 1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4216일 만에 KBO리그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복귀 시기 늦어지면 빅리거도 별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활약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KBO리그에 복귀해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 물론 김현수(LG 트윈스)나 박병호, 황재균(이상 kt 위즈),김광현(SSG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국내로 돌아온 선수들은 KBO리그 복귀 후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후 늦은 나이에 KBO리그로 돌아오는 선수들은 국내팬들에게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4년 현재까지도 바뀌지 않은 아시아투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124승) 보유자인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201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를 거쳐 2012년 한화에 입단했다. 한화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찬호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류현진이 '원투펀치'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23경기에서 5승 10패 5.06의 아쉬운 성적을 남긴 채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2개의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보유한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 역시 박찬호처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2012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하며 KBO리그로 복귀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넥센에서 활약한 2년 동안 8승 12패 3홀드에 그쳤고 2014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KIA타이거즈로 이적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KIA에서도 2년 동안 3승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11승 23패 5홀드 6.19의 초라한 성적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빅리그에서 16년 활약하며 올스타 1회 선정과 20-20클럽 3회 가입 등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추추 트레인' 추신수는 2021 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에 입단했다. 물론 추신수는 입단 첫해 최고령 20-20 클럽에 가입했고 2022년에는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는 등 노익장을 발휘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KBO리그로 돌아오면서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보여주진 못했고 올 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예고했다.
만 26세가 되던 2013년에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만 36세가 되는 2023년까지 10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78승 48패 1세이브 3.27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빅리그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된 2023년에도 11경기에서 3승 3패 3.46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였다. 류현진은 다년계약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빅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지만 지난 2월 22일 8년 총액 170억 원을 받고 11년 만에 '친정' 한화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6이닝 8K 무실점 투구로 '곰 사냥' 성공
류현진은 지난 3월 25일 만으로 37세가 됐다. 류현진의 입단동기 중에서는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류현진은 이제 리그에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속보다는 제구와 수싸움으로 승부하며 경쟁력을 발휘했던 류현진이라면 KBO리그에서 충분히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한화가 류현진에게 최대 2031년 만 44세까지 뛸 수 있도록 장기계약을 선물한 이유다.
하지만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 시즌 시작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난 3월 23일 LG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4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3.2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물론 4회에 나온 문현빈의 실책이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만원관중 속에 등판한 류현진의 복귀전이었음을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런 투구였다.
개막전에서 아쉬움을 남긴 류현진은 3월 29일 kt전에서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빠르게 감각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 5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4.1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3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자 복귀 당시 환영 일색이었던 한화팬들 사이에서도 의심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11일 두산과의 시즌 4번째 등판에서 드디어 국내 복귀 후 첫 승리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앞선 두 경기 승리 후 주중 3연전 스윕을 노리는 두산을 상대로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눈부신 투구를 선보였다. 최고구속이 시속 148km에 달할 정도로 뛰어난 구위로 두산 타선을 잠재운 류현진은 2012년 9월 25일 두산전 이후 무려 4216일 만에 KBO리그 승리이자 통산 99번째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의 올해 연봉은 25억 원으로 LG의 포수 박동원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류현진의 화려한 커리어를 고려하면 한화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언제나 승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도 11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마운드와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시선으로 기다린다면 류현진은 믿음직한 투구로 다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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