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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만 빛났던 신생구단 고양 소노, 성찰과 반성 아쉬운 첫 시즌

24.04.01 16:25최종업데이트24.04.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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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신생 10구단 고양 소노의 첫 번째 시즌이 막을 내렸다. 고양 소노는 지난 3월 31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95-91로 승리하며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소노는 20승 34패로 8위를 기록하며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다.
 
소노는 지난해 7월 고양 캐롯 점퍼스(고양 데이원)의 선수단과 감독-코칭스태프 전원과 연고지를 그대로 인수하여 KBL로부터 회원 가입을 승인받으며 프로농구 10번째 구단으로 새롭게 창단했다. 모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은 레저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중견기업으로, 농구단의 정식 팀명은 스카이거너스(Skygunners, 하늘의 사수들)로 정해졌다. 소노는 KBL에 제출한 운영계획에서 "추억을 선물하고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만드는 구단을 목표로 프로농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소노의 전신 격인 데이원은 창단 직후부터 KBL 가입비 납부지연과 선수단 임금체불 등 각종 파행운영 끝에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1년 만에 제명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하마터면 1997년부터 이어져온 프로농구 10구단 체제가 무너질수도 있는 최대의 위기였다. 다행히 소노의 등장으로 농구계는 급한 불을 끌 수 있었고, 데이원과는 다른 행보를 선언한 신생구단을 향한 농구팬들의 기대와 응원도 매우 높았다.
 
데이원은 모기업을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선수단은 지난 시즌 깜짝 4강돌풍을 일으키며 헝그리 신화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농구팬들은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다행히 소노에 팀이 정상적으로 인수되면서 주축 선수들과 감독까지 모두 건재했기에 또 하나의 신생팀 돌풍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시즌 소노의 행보는 순탄하지 못했다. 비시즌 동안 팀의 에이스인 이정현과 전성현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시즌 MVP급 활약을 보였던 전성현은 올시즌에는 잦은 부상으로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로 인하여 가뜩이나 빈약한 선수층 속에서 이정현의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혼란을 거듭했다. 당초 NBA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의 앤서니 베넷을 영입했으나 체중감량 실패로 방출했다. 뒤이어 영입한 제로드 존스와 디욘테 데이비스의 기량도 기대에 못미쳤다. KBL 경력자인 치나누 오누아쿠를 영입하면서 겨우 퍼즐을 맞췄지만 그나마도 기복이 심하여 안정감이 떨어졌다.
 
올시즌 소노의 유일한 성과이자 위안은 이정현의 눈부신 성장이었다. 프로 3년 차 이정현은 올시즌 정규리그 44경기에서 평균 22.8득점, 6.61어시스트, 2스틸, 3점슛 2.9개를 기록하는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쳤다.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전체 5위)를 비롯하며 어시스트-스틸-3점슛 등 총 6개 부문에서 전체 1위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가 '22득점-6어시스트'을 동시에 기록한 것은 역대 최초이며,국내 선수가 정규리그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0-2011시즌 창원 LG의 귀화혼혈선수였던 문태영(53경기 22점) 이후 13년 만이었다.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차지한 선수가 어시스트왕에 등극한 기록도 이정현이 최초였다.
 
이정현은 시즌 최종전이자 연장 접전을 치렀던 수원 KT와 경기에서도 45분 풀타임을 소화해 39득점 9어시스트 7스틸을 기록하며 소노의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막바지에 6강이 이미 좌절된 소노가 이정현의 타이틀 수상을 위하여 어느 정도 '기록 몰아주기'를 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가 득세하는 KBL에서 국내 선수가 한 시즌 내내 에이스 역할을 해낸 것은 서장훈이나 일부 귀화혼혈선수들을 제외하면 이정현이 최초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이 더욱 빛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소노로서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은 시즌이었다. 단순히 8위에 그친 팀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소노는 올시즌 내내 구성원들의 연이은 기행과 사건사고로 인하여 논란의 중심에 선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김승기 소노 감독은 원주 DB와의 경기후 상대팀 관계자들을 향한 욕설과 폭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제재금 10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김 감독은 DB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DB 단장의 항의가 심판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불만을 품고 김주성 감독과 이흥섭 사무국장 등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적으로 농구계 후배라고 해도 공적으로는 상대팀 감독과 프런트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김승기 감독이 과거에도 친정팀 안양 정관장을 상습적으로 조롱하다가 구단의 항의와 KBL로부터 경고조치를 받는 등 여러 차례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었기에 여론은 더 싸늘했다. 김 감독은 KBL의 징계를 받은 뒤 공식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소노의 외국인 선수 오누아쿠가 정관장과 경기 도중 상대 필리핀 선수 인 렌즈 아반도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누아쿠가 볼 경합을 위하여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던 아반도(정관장, 필리핀)를 뒤에서 미는 비신사적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아반도는 허리뼈 골절과 손목인대 염좌, 뇌진탕이라는 전치 4주의 이상 중상을 입고 한동안 결장해야 했다. 이는 정관장의 전력에도 큰 타격이 됐다.
 
하지만 KBL은 오누아쿠의 플레이에 고의성이 있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과 300만 원의 제재금만 내리고 출장정지 등은 내리지 않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이는 외국인선수가 빠지면 전력에 큰 타격을 입는 신생구단 소노의 사정을 고려한 '봐주기 특혜'라는 농구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사자인 오누아쿠는 3개월이 지나서야 지난 3월 코트에 복귀한 아반도를 만나 뒤늦게 사과하는 등, 사후에도 불성실한 대응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오누아쿠는 아반도 사건 외에도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팀동료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태업성 플레이를 일삼으며 최종전까지도 좋지 않은 워크에식으로 팬들의 눈살을 여러번 찌푸리게 만들었다. 소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누아쿠의 실력을 인정하며 재계약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농구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노는 팀성적은 하위권에 그쳤지만 한 시즌 동안 KBL에 납부한 벌금은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오명을 기록했다. 구단은 이러한 구성원들의 감정적인 돌출행동이나 기행들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하고 그저 옹호와 방관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덩달아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시즌 데이원 시절, 열악한 상황에서도 4강신화를 달성했던 '감동 캐롯'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모기업이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기대했던 이미지나 홍보 효과도 절대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생구단으로서 팬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희망과 감동을 어필해도 모자랄 시간에,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농구단의 이미지가 계속 깎여나갔다는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시즌 이후 모기업의 냉정한 평가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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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소노 작정현 오누아쿠 김승기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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