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더 시즌즈 - 이효리의 레드 카펫' 한 장면.
KBS2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그리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이르기까지,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역사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2022년 7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갑자기 역사 속으로 사라진 뒤, 반년 가까이 후속 프로그램은 정해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심야 음악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도 제기됐다.
그것은 곧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무대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도 연결됐다. 돌아온 '더 시즌즈'는 예전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트렌드와 발을 맞췄다. 베테랑 진행자의 능숙함보다는, 젊은 진행자들의 개성과 패기에 주안점을 두었다.
'더 시즌즈'는 시작부터 기존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첫회에서 밴드 연주에 맞춰 박재범이 선보인 화려한 퍼포먼스는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정립했다. 그는 뮤지션들과의 대화 중 프리스타일 랩과 춤을 선보이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드러내며 진행의 틀을 깼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는 가사를 밈으로 만든 이찬혁에게, 힙합의 거물인 박재범이 화해를 권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밤의 공원'을 진행한 잔나비의 최정훈은 첫 방송에는 자신의 우상 김창완을 초대해 존경심을 표했다. 실리카겔, Surl 등의 인디 밴드를 초대하면서 밴드맨의 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야 음악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2MC 체제로 진행되었던 '악뮤의 오날오밤' 역시 호평을 받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애정을 드러내는, 현실 남매의 모습을 진행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 특징이었다.
'레드카펫'의 이효리는 시즌 내내 슈퍼스타다운 여유를 드러냈다. 첫회 게스트로 출연한 블랙핑크의 제니가 '미스코리아(이효리)'를 부르자, 무대 도중에 일어나 함께 춤을 추며 듀엣 무대를 꾸린 장면, 관객석에 앉아서 오프닝을 꾸린 장면 등이 상징적이다. 하지만 게스트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등, 솔직한 감정 표현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에서 이효리는 "처음 혼자 할 땐 떨렸는데, 지난주에 좀 재밌다 하니까 마지막이 오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진행자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적응할 때쯤 시즌이 막을 내린다는 점은 아쉽지만, '더 시즌즈'는 반년 넘게 단절되었던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역사를 무사히 계승하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더 시즌즈'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가 후임 MC를 맡아 시리즈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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