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든 아버지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 이야기김일란 프로듀서, (사)4.16세월호참가사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 문종택 감독, 김환태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바람의 세월>은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동분서주해 온 세월을 담고 있는 아카이브 다큐멘터리로,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인 문종택 감독이 10년 동안 4.16TV를 운영하며 촬영한 영상으로 제작됐다. 4월 3일 개봉.
이정민
한 손으로 경찰의 방패를 잡거나, 흔들리는 이웃을 위로하면서도 아빠는 다른 손의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흔들릴 수밖에 없던 카메라엔 떠나간 아이들의 흔적과 남은 이들의 흔적, 그리고 연대했거나 혹은 상처를 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치밀하게 담겨 있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가운데 유가족이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다큐멘터리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26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언론에 공개된 <바람의 세월>은 지성 아빠로 알려진 문종택, 참사 직후부터 미디어 활동으로 연대해 온 김환태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시사회엔 두 감독과 김일란 총괄 프로듀서,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침몰 장면이 빠진 이유
103분의 분량의 영화엔 참사 발생 직후부터 10주기를 맞은 현재까지의 주요 사건이 연대기적으로 담겨 있다. 그간 언론 및 여러 미디어에 공개됐던 모습도 일부 있지만 두 감독, 특히 문종택 감독이 직접 담아낸 영상이 중심이 됐다.
그렇기에 <바람의 세월>은 유가족 등 남아 있는 자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간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로 참사를 다룬 여러 작품이 존재했지만, 유가족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하는 작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존재 이유가 분명했다.
문종택 감독은 "애초에 영화를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사실 싸우는 게 우선이었기에 그 이후 문제였다"며 "근데 언론 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길 다는 못해도 처한 상황을 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물론 처음부터 본인이 찍은 영상을 돌아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욱이 문 감독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고, 순간순간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고 한다. "각 1년마다 2시간씩 추려내고, 그중에서 또 추려내는 등 가편집을 여섯, 일곱 번은 한 것 같다"며 "다른 분들은 제가 찍은 영상의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겠지만, 첫 프레임 10초 정도만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기억이 나더라. 편집한 영상에 제가 소리를 내서 설명을 뱉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