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신영.
미디어랩 시소
냉혹한 방송계에서 여성 방송인이 살아남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2007년 방영된 <무한걸스>는 여성 방송인들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남성 중심 프로그램과 확연히 달랐다. 초반 인기와 달리, "개념 없고 시끄러운 여자들"이란 비난과 함께 종영했다. 다시 <무한걸스>를 보면 차별적인 웃음 코드가 낯설다. 애인이 없는 여성 출연진을 노처녀라고 놀리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소개팅 상황극에서 폭탄이 되는 등 그때는 웃었지만, 지금은 웃지 못하는 소재가 수두룩하다.
여성 방송인이 말솜씨나 개그 능력이 아닌 자신을 향한 외모 평가와 차별을 유머 소재로 사용하던 시절. 그 속에서 여성 방송인은 진정성 있는 MC나 아이콘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단발적인 웃음을 주는 부차적인 존재에 그쳤다. 시대 변화에 따라 남다른 먹방을 보여준 이영자, '걸크러시' 김숙, 노련한 진행 실력의 송은이와 박경림이 주목받으며 여성 연예인을 향한 대중의 시선도 변화하였다. 이전보다 여성 방송인의 활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방송인을 향한 높은 도덕적 잣대와 평가 속에 그들은 한 번의 실수, 혹은 한 번의 실패로 부정적인 이미지에 갇힌다. 쉽게 '노잼'이 되고, '논란'이 되는 여성 방송인들에겐 부딪히면서 성장할 기회란 없다. 특히 토크 쇼나 '전국노래자랑'처럼 여러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큰 무대에서 여성 MC를 찾아보기란 여전히 어렵다.
TV에서 실수하면 바로 사라지고, 자주 등장하면 '인기', '대세'라는 평가 대신 "질린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게 여성 방송인의 현실이다. 그래서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된 김신영의 존재가 귀했다. 중년 남성에게만 집중되었던 MC 열풍 속에 균열을 만든 줄 알았는데 다시금 견고한 벽에 부딪혔다.
김신영에게, 아니 여성 방송인에게 더 성장할 권리를 줄 수는 없는가. 전 국민을 웃기고 울리는 여성 MC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성실함 밖에 내세울 게 없습니다 계속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