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말에 페퍼저축은행에 부임한 조 트린지 감독은 8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 시즌이 채 끝나지 않았던 2023년 2월, 다가올 2023-2024 시즌부터 팀을 이끌 2대 감독으로 재미교포 아헨 킴 감독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운 대학교의 배구팀을 이끌었던 아헨 킴 감독은 브라운 대학교를 부임 3년 만에 팀 역사상 최초로 NCAA 토너먼트에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다. 아헨 킴 감독은 선수육성에 특화된 지도자로 꼽히는 만큼 젊은 선수가 많은 신생 구단 페퍼저축은행을 맡을 적임자로 꼽혔다.
하지만 한창 팀을 구성하며 비시즌 훈련까지 진행하던 2023년 6월, 페퍼저축은행은 아헨 킴 감독이 가족문제로 감독직을 내려 놓는다고 발표했다. 페퍼저축은행의 감독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루 빨리 새 감독을 구해야 했던 페퍼저축은행은 6월의 마지막 날 3대 감독으로 미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전력 분석관을 지낸 조 트린지 감독을 선임했다. 지나치게 급해 보이는 감독선임이었지만 페퍼저축은행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트린지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색깔의 선수구성을 할 수 없었고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개막하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트린지 감독은 시즌 초반 195cm의 최장신 미들블로커 염어르헝을 선발 출전시키는 과감한 작전을 선보였지만 염어르헝은 눈에 보이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릎부상이 재발해 지난 1월 세 번째 무릎수술을 받았다. 주전 세터를 이고은에서 박사랑으로 교체한 작전 역시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새해 들어 오지영 리베로마저 경기에서 빠지면서 연패가 점점 길어졌다. 그리고 지난 10일 기업은행전에서 0-3으로 패하면서 조 트린지 감독은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연패(21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감독이 됐다. 결국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팀이 23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다음날 트린지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서류정리가 끝난 28일 공식적으로 트린지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최근 V리그에서는 시즌 도중 후임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대세다.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이선구 감독 사퇴 후 곧바로 후임감독으로 선임됐고 기업은행의 김호철 감독과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역시 시즌 중 '정식감독'으로 부임했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연패가 길어질 때 하루 빨리 차기감독을 물색하거나 트린지 감독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면 이경수 코치가 두 시즌 연속 감독대행으로 나서는 촌극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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