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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의 '이동주아'? 정관장엔 '이동은진' 있다

[여자배구] 21일 GS칼텍스전 알토란 같은 6득점 활약, 정관장 3위 굳히기

24.02.22 09:17최종업데이트24.02.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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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이 적지에서 GS칼텍스를 제압하고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25-23,25-23)으로 승리했다. 승리팀에 따라 5라운드 3위 자리가 결정되는 중요한 일전에서 승점 3점을 적립한 정관장은 GS칼텍스와의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리며 5승1패로 5라운드 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16승14패).

정관장은 메가왓티 퍼티위가 56.25%의 성공률로 21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지오바나 밀라나도 팀 내 가장 높은 35.34%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1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정관장의 미들블로커 듀오도 13득점을 합작하며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GS칼텍스의 중앙을 압도했다. 특히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박은진은 블로킹 1개를 곁들이며 알토란 같은 6득점을 기록하며 정관장의 '3위 굳히기'에 크게 기여했다.

이동공격에 능한 미들블로커 선수들
 
 187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루키 시즌부터 꾸준히 정관장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187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루키 시즌부터 꾸준히 정관장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배구에서 이동공격은 미들블로커 선수들이 주로 쓰는 공격기술 중 하나다. 미들블로커들이 상대 미들블로커를 피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격을 하면 노마크로 공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신장이 크지 않은 일본선수들이 유럽의 장신선수들을 상대로 이동공격을 적절히 사용하며 큰 효과를 누렸고 한국 역시 최근 많은 국제대회에서 태국의 빠른 이동공격에 크게 고전한 바 있다.

한국 여자배구 역사에서 가장 이동공격을 잘했던 선수는 단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소연(SBS스포츠 해설위원)을 꼽을 수 있다. 동갑내기 강혜미 세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장소연은 빠르고 정확한 이동공격으로 2000년대 초반 현대건설의 겨울리그 5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V리그 초기에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했던 김미진이 이동공격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로 꼽혔다.

이번 시즌 이동공격 1위는 성공률 66.67%의 한수지(GS칼텍스)지만 한수지는 3번 시도해 2번 성공한 경우이기 때문에 사실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10번 시도해 5번 성공시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미들블로커 엠제이 필립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V리그에서 이동공격을 가장 잘 사용하는 선수는 단연 리그에서 가장 영리한 미들블로커로 꼽히는 '배구도사' 배유나다.

사실 배유나는 경기흐름과 상황에 따라 속공과 개인시간차, 오픈공격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선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나 최정민(IBK기업은행 알토스)처럼 높은 블로킹이 따라오면 이윤정 세터와 호흡을 맞춰 여지 없이 이동공격을 시도한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94번의 이동공격을 시도한 배유나는 44.68%의 성공률로 42개를 성공시키며 이동공격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미들블로커 이주아도 '이동주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이동공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V리그 미들블로커 중 가장 기동력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인 이주아는 세터와의 호흡이 맞을 경우 매우 빠르고 위력적인 이동공격을 선보인다. 최근엔 현대건설의 이다현과 기업은행의 최정민 등도 이동공격의 빈도를 늘려가고 있을 정도로 이동공격을 시도하는 미들블로커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FA 앞두고 이동공격 급증한 박은진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 박은진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 박은진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어느덧 프로에서 6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박은진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성인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로 인정 받다가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정관장에 입단했다. 비록 1순위의 영광은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꼽히던 이주아에게 내줬지만 박은진은 입단 첫 시즌부터 25경기에 출전해 145득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발휘했다(하지만 그 해 신인왕은 210득점을 기록한 현대건설의 정지윤이 가져갔다).

2019-2020 시즌부터 본격적인 풀타임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박은진은 2020-2021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서 207개의 유효블로킹(우리팀 공격으로 연결되는 블로킹)을 기록하며 높은 팀공헌도를 기록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활약 덕분에 박은진은 2021년 1년 늦게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라이벌 이주아와 팀 동료 정호영 등을 제치고 대표팀에 선발돼 한국의 4강 멤버로 활약했다.

박은진은 2019-2020 시즌 47회에 불과했던 이동공격 시도횟수를 2020-2021 시즌 54회, 2021-2022 시즌 70회로 점점 늘려갔다. 지난 시즌엔 42회로 많은 이동공격을 시도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다시 이동공격 시도를 87회로 늘리면서 배유나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190cm의 정호영이 팀에서 높이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박은진은 다양한 공격패턴을 통해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박은진의 이동공격은 GS칼텍스와의 '3위 결정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박은진은 1세트 초반 자신에 대한 방어가 허술한 틈을 타 속공과 이동공격을 섞어가며 연속 3득점을 올렸고 상대블로킹이 박은진을 경계하자 노련한 염혜선 세터는 공격을 지아와 메가에게 분산하면서 손쉽게 득점을 쌓아 나갔다. 기습적인 속공과 이동공격을 통해 상대블로킹을 흔들어야 하는 미들블로커 본연의 임무를 박은진이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박은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입단동기 이주아, 정지윤과 함께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다. 물론 박은진은 양효진이나 배유나만큼 많은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유형의 미들블로커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만24세의 젊은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FA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확률이 높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동공격을 시도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박은진은 이번 시즌 생애 첫 봄 배구 출전이라는 이력 하나를 더 추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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