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헤이데이 : Coming Back
메리헤이데이
촬영 장소는 홍대의 바(Bar)다. 밴드의 컨디션도 양호해 수월하게 세팅하고 철수까지 두 시간이 안 걸린 듯하다. 이전에 급조한 '꿈'의 추가 촬영과 여력이 남아 '위스키샷'의 추가 촬영도 이뤄졌다.
앨범에 총 다섯 곡이 수록되는데 어쩌다 보니 네 곡의 뮤비를 완성했다. 그러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마지막 곡의 뮤직비디오도 찍어볼까.
하지만 다 섯번째 곡이자 타이틀곡인 "Coming Back"은 크라잉넛의 박윤식을 포함 총9명의 홍대의 내로라하는 보컬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다. 곡에 맞는 스케일을 갖추기엔 이미 예산이 바닥이다. 그렇다고 가사만 넣은 리릭비디오나 놀이터에서 악기도 없이 멀뚱히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갈등 섞인 고민을 시작할 즈음 밴드 리더에게 문자가 왔다. 예전 크라잉넛의 뮤비등을 작업한 분이 얼마 전 홍대 클럽에서 촬영할 때의 모습(클럽 앞에서 난리를 치고 촬영했다)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는 것이다.
본인이 디렉팅과 장소 등을 맡을테니 'Coming Back'의 촬영을 맡아 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조명팀과 메이크업까지 동원하지만 무보수(장소대여비까지)로 해주겠다고 한다.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2월 4일 일요일로 촬영 날짜가 정해졌다. 좋은 소식은 더 있었다. 전날 홍대에서 공연을 하는 팀 중 상당수가 우정출연하겠다고 했다. 밴드의 친구들까지 합세해서 엑스트라만 총 40명. 인디밴드의 뮤비촬영에선 보기 드문 규모의 촬영이 됐다.
촬영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양주 10여 병, 맥주 60병 이상, 피자 20판이 세팅 된 현장은 촬영장이라기보다는 파티장 분위기에 가까웠다. 참여인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하기에 '텐션'이라고 주문했고 이것 하나만은 정말 잘 지켜줬다.
이틀분의 촬영을 몰아서 하다보니 혼란도 있었다. 야외 촬영에서 장비를 이동시키고 합류해야 할 촬영팀(그게 바로 나다)이 길을 잃어 감독이 직접 촬영을 하기도 했고, 연기를 내는 연무기가 고장나 스파크가 튀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모두들 텐션 하나만 부여잡고 촬영에 임해줬고, 밤 10시 정각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메리헤이데이의 앨범 수록곡 전부를 뮤비로 만들 수 있었다. 납품이 끝나고 음반이 발매된 지금 (뮤비는 순차적으로 공개 예정이다) 생각해 보면, (적은 예산과 1인 제작 등) 상업 촬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해낸 셈이다.
불과 한달 전엔 짐작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말이다. 작업은 고됐지만 과정이 즐거웠다. 이게 바로 인디의 진정한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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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를 시작으로 변두리의 문화를 느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