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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전희철 감독, 데뷔는 늦었어도 가장 빠른 100승까지

[KBL] 서울SK, 연패 탈출… 전희철 감독, 최소 경기 100승

24.02.11 10:47최종업데이트24.02.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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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철 감독이 설 연휴에 길었던 아홉수를 끊어내고 마침내 '감독 통산 최소경기 100승' 고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22점을 기록한 자밀 워니의 활약을 앞세워 서울 SK가 안양 정관장을 84-72로 제압했다.

SK에게 이날 승리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최근 5연패 수렁을 끊어낸 동시에 사령탑 전희철 감독의 통산 100승이라는 값진 선물까지 안겼기 때문이다.
 
전희철 감독은 이날 승리로 통산 성적 100승 47패, 승률 .680을 기록했다. 감독 통산 100승은 KBL 역대 21호다. 또한 147경기 만의 세 자릿수 승리 달성은, 종전 강동희(영구제명) 전 원주 동부 감독(2012년), 신선우 전 대전 현대 감독(1999년)의 151경기 기록을 4경기나 단축시킨 KBL 역대 최단경기 100승 신기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소경기 신기록과는 정 반대로 전 감독은 역대 100승 감독 중 가장 '아홉수'가 길었던 감독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99승을 거둔 이후 5연패를 당한 것은 전 감독이 최초다. 종전 유도훈 전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이 2011년 통산 100승을 달성하기 직전 4연패를 당한 바 있다. 전 감독은 5전 6기 끝에 대망의 100승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감독 데뷔 기준으로는 최단기간이지만, 실제 나이로 보면 오히려 늦은 편이다. 역대 KBL 대표 감독들의 100승 달성 기준으로, 유재학 감독(당시 인천 SK 빅스)이 39세(2002년 12월 7일 서울 삼성전), 전창진 감독(당시 원주 TG 삼보)이 41세(2004년 12월 6일 부산 KTF전), 신선우 감독이 43세(1999년 12월 26일 서울 삼성전)의 젊은 나이에 각각 대기록을 세운 반면, 감독 경력을 늦게 시작한 전희철 감독은 51세가 되어서야 100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전희철 감독은 2003년 트레이드로 입단한 SK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후, 전력분석원-운영팀장—2군감독-수석코치를 거쳐 1군 감독에 이르기까지, 무려 21년째 SK와 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지 무려 12년 만인 지난 2021-22시즌, 전 감독은 문경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마침내 SK의 8대 감독에 올랐다.
 
현재 KBL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대부분 40대 초반에 첫 지휘봉을 잡은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늦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섣불리 지도자에 도전했다가 쓰디쓴 시행착오와 실패를 맛본 다른 스타 출신 감독들과 달리, 오랜 세월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내공을 쌓고 올라온 것은, 그만큼 전희철 감독을 '준비된 지도자'로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록 데뷔는 늦었어도, 막상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전희철 감독이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첫 공식 대회였던 2021년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2021-2022시즌 정규리그 개막전이자 역사적인 100승의 첫발을 내딛은 고양 오리온과의 감독 데뷔전부터 105-87로 대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전희철의 SK는 첫 해부터 2021-2022시즌 정규리그 1위(40승 14패)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2022-2023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36승 18패)와 챔프전 준우승을 이뤄냈다. 올시즌도 SK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전 감독 취임 이후 3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전임 문경은 감독에게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우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있었다면, 전희철 감독에게는 자밀 워니가 있다. 전희철 감독 부임 이전인 2019-2020시즌부터 활약하고 있는 워니는, KBL 외국인 선수상만 최다인 3회(라건아, 조니 맥도웰과 공동)나 수상했고 올시즌도 유력한 후보 1순위로 예상될 만큼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또한 국내 선수들 역시 김선형-오세근-최준용(현 부산 KCC) 등 MVP급 선수들을 다수 지도할 만큼 선수 복이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희철 감독이 단지 '워니빨' '선수빨'로만 성적을 낸 것은 결코 아니다. 2020-2021시즌 자기관리 실패와 가족사 문제 등으로 방황하며 퇴출위기에 몰렸던 워니를 감싸고 다시 기회를 준 것도 바로 전 감독이었다. 좋은 선수를 아무리 많이 보유했더라도 이를 잘 조합하여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의 능력이다.
 
전 감독은 개성강한 스타 선수들이 많던 SK 선수단을 벌써 세 시즌째 잡음없이 잘 이끌고 있다. 해마다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을 타던 과거와 달리, 매년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으로 발돋움시킨 것은 분명 전 감독의 공로다.

전희철 감독은 역대 SK 감독 중에서 종전 최소 경기 100승 기록을 보유했던 문경은 전 감독의 161경기 기록을 무려 14경기나 단축시켰다. 또한 지난 시즌까지의 SK가 화끈한 공격농구 이미지의 팀이었다면, 올시즌에는 부상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도 리그 최소 실점 2위(77.8점)팀의 수비팀으로 변모시킨 것은, 전 감독의 능력이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전희철 감독의 다음 도전 과제는 짧게는 지난해 못이룬 SK의 우승 탈환, 그리고 길게는 감독 통산 최소경기 200승이다. 역대 최소경기 200승은 전창진(부산 KCC)이 원주 동부 감독 시절이던 2007-2008시즌(2007년 10월 28일 부산 KTF전) 통산 335경기만에 작성했다.
 
만일 전 감독이 순탄하게 감독 경력을 계속 이어간다고 했을 때, 잎으로 187경기 내에서 100승을 거둬야 하며, 빠르면 2027-2028시즌 쯤에는 대기록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늦게 감독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전 감독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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