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오브 람세스" 스틸영화 스틸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썬 오브 람세스>는 파리18구의 '와일드'한 일상을 독창적으로 그려내는 영화다. 이 지역의 독특한 풍광을 주변 배경으로 삼을 때 고려하는 주요 소재들, 이민자와 난민, 범죄, 다문화, 빈곤, 공권력의 방치 혹은 억압 같은 요소가 동일하게 동원되지만 이를 갖고 풀어내는 방식은 스릴러 장르의 문법 + 판타지 분위기를 풍기는 미스터리의 조합으로 독자적인 개성을 선보인다. 전자인 범죄 스릴러 형태는 근래 프랑스 장르물에서 쉽게 목격 가능한 구성이지만 후자의 몽환적 판타지 요소와 결합되면서 모호한 심리극으로 변환된다. 일단 색다른 퓨전의 맛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화면으로 간접 체험하기에 안전모드인) 18구의 이국적 풍경이다. 해당 지역은 이중적 특징을 지니는데 (영화 속에선 언급되지 않지만) 이 구역 주변에는 저 유명한 몽마르트르가 있다. 당연히 관광객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경로다. 하지만 이곳은 파리에서도 손꼽히는 이주민 거주구역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도 좁은 구역을 세분화해 여러 커뮤니티와 조직이 경합하며 사건사고가 숨 쉴 틈 없이 터지는 곳이다. 경찰들의 표정엔 피로감이 묻어나고 짜증과 체념이 뒤섞여 있다. 아무리 단속하고 잡아가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자조감이 가득하다. 유치장엔 범죄자가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런 극악의 치안인 동네에서 주인공 람세스는 사실상 사기극에 가까운 영업으로 생계를 영위한다. 돈벌이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떼돈 버는 것도 아니다. 먹고 살 정도에 연로한 아버지 생활비 가끔 보탤 정도다. 그런 정도라면 돈 좀 모아 좀 더 평범한 동네로 이주하면 될 것 아니냐 싶지만 람세스의 돈벌이 수단은 이 동네의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에게 의지해야 하므로 떠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동네 룰 지켜가면서 이웃들과 충돌하지 않고 몸조심해야 되는데 람세스는 '자유경쟁' 체제 신봉자인지 그런 조화에 무관심하다. 이 때문에 지역의 동종 경쟁자들과 사이가 불편하다.
사이비 영매, '점쟁이'라 불리는 이들 사이에도 영역 분쟁이 존재한다. 점쟁이들만의 경우는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파리로 몰려든 가난한 이민자들로 가득한 18구는 얼핏 무정부주의적 혼란으로 충만해 보이지만 오히려 세분화된 질서로 간신히 유지되는 공간이다. 초반에 람세스의 자유영업으로 손해를 본다고 여긴 경쟁자들이 소환한 협상 자리에서 그런 집단별 구분이 대번에 확인된다. 협상을 주관하는 원로는 람세스의 부친은 질서를 존중하며 존경을 받았는데 아들은 동업자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며 힐책한다. 이 동네에서 점을 보려는 고객은 삼국지처럼 구분된 영역으로 분산되어야 한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출신 고객은 해당국 출신들에게, 인도아대륙 출신은 역시 그 동네 출신, 그 외 중동과 유럽 고객은 람세스에게 배당되는 체제다. 하지만 람세스는 능력껏 벌고 고객이 모이는데 뭐가 문제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이 남자가 사는 법, 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필사적 변화